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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사들이 자동차강판 가격을 조만간 인상한다. 올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줄곧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최근 들어 가격 인상폭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내년 초부터 자동차강판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우선 포스코는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지엠 등과 가격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가격 인상폭에 대해서는 관계자들 모두 함구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톤당 8만~10만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상된 가격은 1월 납품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우선적으로 현대제철과 협상한 후 포스코와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요구하는 차강판 가격 인상폭은 톤당 10만~11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포스코는 4분기부터 가격을 올리려 했지만, 자동차업계가 포스코의 높은 이익률을 근거로 반발하면서 가격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진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가격 인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시황 영향만이 아니라 자체적인 강성 노조의 탓도 크다고 판단해 가격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차강판 가격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와 장기 파업 등에 따른 내수 판매 감소 등으로 올해 3분기 전년동기대비 5.4% 감소한 22조937억원의 매출과 29.0% 감소한 1조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3.1% 감소한 12조6988억원의 매출과 22.5% 감소한 5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현대제철이 올해 호실적을 보인 것도 가격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더라도 포스코와 다른 완성차업체간의 인상폭보다는 다소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반기 계약이라는 기간적 특성상 2월 납품분부터 조정된 가격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완성차 업체는 1월부터 자동차강판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강사들 실적 개선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이 올해 자동차강판 가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