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처분 나선 국순당 '아이싱', 1+1 행사에도 소비자 외면주류업계 "업소와 도매상에 악성재고 쌓여"… 편의점서도 판매량 급감
  • ▲ 배중호 국순당 대표. ⓒ국순당
    ▲ 배중호 국순당 대표. ⓒ국순당

    국내 대표 막걸리업체 국순당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들은 줄줄이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잇따라 매출도 감소하면서 배중호 대표의 경영 능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이싱', '국순당 쌀 바나나', 프리미엄 증류소주 '려' 등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전통주의 대중화를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싱'은 한정판까지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국순당이 지난 2012년 선보인 신개념 막걸리 '아이싱'은 알콜 도수를 4%로 확 낮추고 과일 과즙을 첨가해 상큼한 신맛을 낸 캔 형태의 막걸리로 출시 초반 젊은층 사이에서 반짝 흥행했지만 이내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최근 소매점들은 이례적으로 아이싱 1+1, 2+1 행사까지 벌이며 재고 처분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미 멀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국순당은 이달 초부터 안양, 시흥 등 경기도 일대에서 주류업계로서는 이례적으로 '아이싱' 2+1, 1+1 행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제품에는 국순당이 지난 6월 시즌 한정판으로 선보인 '아이싱 수박'도 포함 돼 있어 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동네 슈퍼와 소매점 등에서 쌓여있는 재고 처분을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펼쳤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아 최근에는 행사를 접었다.


    한 주류업체의 영업직원은 "주류를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술 1+1 행사를 하는 것은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할인도 하고 화장품 퍼프, 가방 등을 덤으로 주는 행사를 했는데도 팔리지 않아 업소와 도매상 등에 악성재고가 쌓여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싱이 팔리지 않으니 후속 제품인 아이싱 청포도와 캔디소다도 받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술집 같은 유흥가에서는 백세주마저도 냉장고에서 거의 다 빠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편의점에서도 '아이싱'의 판매 부진은 두드러졌다.

  • ▲ A편의점 아이싱 월별 매출 증감율. ⓒA사
    ▲ A편의점 아이싱 월별 매출 증감율. ⓒA사


    A 편의점의 최근 3개월 간 '아이싱' 매출 증감율을 보면 '아이싱 수박병' 300ml 제품의 경우 11월 매출은 전달보다 41.9% 줄었다. '청포도'와 '자몽'도 매월 매출이 하락했으며 11월에는 전월 대비 각각 30.7%, 24.3%가 줄었다. 

    B 편의점 관계자는 "아이싱 출시 초기에는 잘 나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의 절반도 안팔리는 수준"이라면서 "소비자 반응이 이렇다보니 올해 새롭게 나온 한정판은 아예 입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편의점의 올해 '아이싱' 매출은 2015년 대비 70% 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 국순당 아이싱. ⓒ정상윤 기자
    ▲ 국순당 아이싱. ⓒ정상윤 기자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순당 아이싱은 경쟁 업체에서 신경쓰는 제품 중 하나였지만 올해는 업계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보 파악조차 어렵다"면서 "다른 주류업체와 달리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자체 인력으로 유통하는 국순당만의 영업 시스템도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보통 주류업체들은 중간 도매상을 통해 술집이나 소매상, 유흥가 쪽에 제품을 유통하지만 국순당은 대부분 영업직원들이 관할 지역으로 제품을 싣고 다니면서 직접 유통을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 국순당 '백세주'가 큰 인기를 얻으며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렸을때는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배송을 하는 이같은 체제가 잘 굴러갔다. 그러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자 국순당은 영업직원을 줄이게 됐고, 남은 직원들이 담당하는 지역은 자연스럽게 넓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순당은 올 초에 과일을 막걸리에 접목시킨 '국순당 쌀 바나나'와 '국순당 쌀 복숭아', '국순당 쌀 크림치즈'를 연달아 선보였다. '쌀 바나나'는 출시 초반 흥행에 성공했지만 후속제품의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미치는 반짝 흥행으로 그쳤다. 

    국순당이 7년을 공들인 끝에 지난 8월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증류소주 '려'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며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월에는 배중호 국순당 대표와 임직원이 도매점을 상대로 매출 목표로 강제로 할당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는 등 이른바 '갑질'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중호 대표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잇따른 신제품 흥행 부진과 주력 제품인 막걸리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갑질' 논란까지 겹치면서 배중호 대표가 이끄는 국순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이를 원료로 쓴 국순당 대표 전통주인 백세주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순당 상황이 상당히 안좋아졌다"면서 "배중호 대표가 직접 공들여 선보인 신제품마저 시장 반응이 싸늘해 국순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순당의 매출은 매년 감소를 거듭하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15.7% 감소한 774억원을 기록했고 실적을 공개한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 8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539억원, 영업손실은 36억1355만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국순당의 올해 매출은 600억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