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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다. 지난해 어지러운 시국에 하반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보수적이었던 식음료 업계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고, 정통성을 내세워 온 주류업계는 저도주, 탄산주, 과실주 등 새로운 변화의 파도에 빠르게 휩쓸렸다.
식음료·주류 업계가 바라본 올해 유통가 전망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 올해도 '혼밥' 열풍 지속… 진화하는 가정간편식(HMR) -
올해도 가정간편식(HMR)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냉장과 냉동 형태의 가정간편식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맛과 품질이 업그레이된 상온 가정간편식의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냉동식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군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3년 이후 프리미엄 냉동식품이 정착돼 가며 소비자들의 간편식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깼었다면 올해부터는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8000억원에서 2013년 1조원을 돌파하고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다양한 가정간편식 제품을 선보였던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농심, 오뚜기, 풀무원 등 종합 식품기업들은 올해도 더욱 전문화되고 업그레이드 된 '혼밥'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혼술'도 계속된다… 저도주·탄산주·과실주·프리미엄주 경쟁 심화 -
지난해 '혼밥'과 함께 화제가 된 '혼술' 트렌드도 올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2016년에는 하이트진로 '이슬톡톡', '하이트망고링고', 롯데주류 '순하리 소다톡', '순하리 와일드펀치', 보해 '부라더소다', 무학 '트로피칼이 톡소다' 등 국내 주류업체들이 일제히 과실주와 탄산주를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탄산주, 과실주가 시장 진입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해였다면 올해는 신제품 출시 보다는 본격적인 판매 전쟁에 돌입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데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독주'에서 '저도주'로 트렌드가 변화한 위스키 시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저도 위스키'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저도 위스키 바람을 이끈 토중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를 비롯해 디아지오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롯데주류 등 지난해 선보인 저도 위스키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는 프리미엄 주류가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많이 소비하기 보다는 소량이더라도 좋은 술을 마시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음주 문화에서도 일종의 작은 사치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 다품종·소량 전략으로 '니치마켓(틈새 시장)' 노린다 -
변화가 더디고 보수적이었던 식품업계가 지난 몇 년간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연구·개발을 진행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존 제품에 색다른 맛, 차별화된 콘셉트를 입힌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잘되는 한 가지 카테고리에 올인하기 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다품종 소량 생산로 다양한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제때 제때 충족시키는 전략이 식품업계에서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틈새 시장으로 불리는 '니치마켓'을 노리는 색다른 제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많다. 식음료 업계는 맛을 다양화하고 재미와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좇아 아이디어성 제품,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제품 등을 계속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 장수제품의 저력… 활용 방안 찾기에 '사력' -
지난해 수많은 신제품 속에서도 눈에 띄는 저력을 발휘한 것은 각사의 장수 제품이었다.
올해 출시 43년을 맞은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고 출시 31년 된 농심 '신라면'은 누적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출시 43주년이 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5% 이상 성장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은 바나나, 말차를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여 오리지널 제품 매출까지 확대되는 시너지를 누렸고 농심 '신라면'은 30주년 기념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며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빙그레는 연말 한정판 제품 출시, '옐로우 카페', 올리브영과의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 컬래버레이션 등 적극적은 마케팅에 힘입어 매출 확대를 이뤘다.
올해도 이처럼 장수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할 예정이다.
◆ AI 여파로 비상… 닭 공급량 감소 '치킨 대란' 우려 -
지난해 말, 사상 최악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AI로 인한 닭·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규모가 3000만수에 육박하면서 계란 공급량은 크게 줄고 닭고기도 공급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치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교촌치킨, 네네치킨, BBQ, bhc, 맘스터치, 굽네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금 당장 닭고기 가격 변동이나 물량 수급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이달 중순께부터 신선육 생산량이 40% 넘게 줄 것으로 예상돼 '치킨 대란'이 우려된다.
육계 생산량과 재고량은 줄었지만 AI 여파로 소비가 줄어 생닭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닭고기 부족 현상이 현실화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 물량 공급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연말 생수시장 지각변동 예고… 삼다수의 운명은? -
오는 12월 14일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 위탁판매 계약이 완료되면서 국내 생수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아직 1년여 남짓 시간이 남았지만 국내 1위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를 차지하기 위한 업계의 심리전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현재 삼다수를 거머쥔 광동제약은 연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삼다수를 대체할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2년 광동제약에 삼다수 판권을 빼앗긴 농심은 자사 생수 브랜드 '백산수'로 반격에 나섰고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 아이시스 8.0, 백두산 하늘샘, 에비앙 등 다양한 생수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남양유업 등도 연말 삼다수 위탁 판매 계약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아워홈은 최근 PB 생수를 내놓고 생수 전쟁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올 연말 삼다수 판권이 광동제약에서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으며 바뀌게 될 경우 생수 시장의 판도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황에 따른 가성비 제품 인기, PB 열풍, 캐릭터 한정판 마케팅, 프리미엄 커피 등이 유통업계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 트렌드 변화 주기를 살펴 보면 일본의 유통·식품 트렌드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라며 "경제력과 함께 왕성한 구매력을 갖추고 자신만을 위한 소비에 공 들이는 솔로 이코노미(soloeconomy)가 유통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업체들도 이에 맞춘 전략으로 제품과 마케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불안한 정치 상황,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인만큼 올해 식음료 업계는 큰 변화보다 지난해 트렌드로 자리잡은 싱글족과 가성비를 겨냥한 제품들이 더욱 진화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19대 대선도 유통업계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