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정밀 검사·미생물 검사 시행, 신선도 문제 없다"식품업계 "수입란, 국내서 판매되기까지 평균 열흘 소요… 신선도 떨어질 수 밖에"대형마트, 23일부터 미국산 흰 계란 판매 시작
  • ▲ 롯데마트가 23일부터 미국산 수입 계란 판매에 나섰다. ⓒ공준표 기자
    ▲ 롯데마트가 23일부터 미국산 수입 계란 판매에 나섰다. ⓒ공준표 기자

    설을 앞두고 치솟은 계란 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미국산 흰 계란을 대안으로 내놓은 가운데 업계는 수입산 계란의 신선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산 수입 계란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양계 업계와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산 계란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입 계란의 위생·안전 등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위생안전관리과 측은 "국내산 계란에 준하는 안전성과 품질이 동등성을 갖도록 수입산 계란에 대해 정밀 검사와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국내에 수입되는 계란은 모두 항공으로 하루 이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신선도 문제 없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기로 운반시에도 5~12도 범위 내로 온도 관리가 가능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는 검역시행장으로 옮겨져 저온에서 관리된다"며 "국내법상으로 계란 유통기한이 확실히 정해져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준인 포장 후 45일 정도로 수입란의 유통기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품 업계는 수입 계란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보였다.

    양계 농가의 한 관계자는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 계란은 모두 세척란"이라면서 "계란 겉면에 붙어있을지 모를 이물질이나 오물, 살모넬라균 등을 제거하기 위해 전량 세척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보관 온도가 상당히 중요해져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신선도를 믿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내 유통되는 세척란은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 체인 시스템으로 관리되는데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될 경우 신선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산 계란의 경우 통상적으로 제조 후 2주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정하는데 미국산 수입 계란은 언제 생산됐는지 정확한 확인이 어려울뿐더러 국내로 수입돼 검역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평균 열흘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산 계란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입 계란에 과도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국농사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신선 계란을 수입하면서 계란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계란과 계란가공품의 관세율을 0%로 낮추는 할당관세 규정(대통령령)을 적용했다. 할당관세 시행으로 기존 8~30%의 관세를 부담하던 신선란, 계란액, 계란가루 등 8개 품목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산 계란 가격이 30개 한 판에 9000원을 넘어서면서 계란 소비가 급증하는 설을 앞두고 가격과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내세운 카드지만 정부가 수입 계란 운송료의 50%를 지원하고 무관세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국민 세금을 수입 계란에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6월 30일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추후 시장의 수급 동향을 감안해 연장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 ▲ 롯데마트가 23일부터 미국산 수입 계란 판매에 나섰다. ⓒ공준표 기자
    ▲ 롯데마트가 23일부터 미국산 수입 계란 판매에 나섰다. ⓒ공준표 기자


    사상 처음으로 국내로 수입된 미국산 흰색 계란은 지난 23일부터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부터 미국산 계란을 30개 한판을 8490원에 판매해 하루 동안 약 1만판을 판매하는 등 첫날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산 계란 한 판 소비자 가격이 20일 기준 9285원인 것과 비교하면 수입 계란이 약 8.5% 저렴하지만 소비자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흰 계란은 국내산 황란보다 대부분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개수가 아닌 양으로 따진다면 가격에 큰 차이는 없는 셈"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흰 계란에 대해 거부감도 있기 때문에 수입 계란이 어떤 실효성을 낼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설 연휴 전까지 미국과 스페인산 계란 2500만개를 수입해 유통 매장에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