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계란지단' 못 올릴수도…계란·식용유 대란에 '한숨만'

민족 대명절 설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만원 한장으론 계란 한 판 밖에 살 수 없어 '장 보기가 두려워 마트를 못 간다'는 푸념이 절로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값 폭등이 한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식용유 제조업체가 약 7~9% 가격을 인상하고 라면과 콜라, 맥주, 빵,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가계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AI 확산이 정부의 노력에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계란값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계란 한 판(30개)의 전국 평균 가격은 약 8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량 올랐다.

주부 정미경 씨(29세)는 "요즘 마트에 가면 계란값에 깜짝 놀란다"면서 "식용유 값도 많이 올랐다고 해서 올해는 전을 부치지 않고 그냥 사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란과 함께 명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인 식용유는 지난해 남미에서 발생한 홍수로 아르헨티나 등 주요 산지의 콩 재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10% 가량 뛰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롯데푸드, 오뚜기 등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7~9% 가량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대두 원유를 수입해 식자재 대리점 등 B2B에 식용유를 공급해 온 대상과 동원F&B는 물량이 없어 최근 납품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추와 무, 당근 등 주요 채소값도 2배 이상 뛰고 올 3~4월까지는 작년 대비 높은 가격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추는 지난해 12월 3000원 후반대에 거래되다 올해 1월 초 4355원으로 올랐고 무는 같은 기간 2000원대 초반대에서 3000원대로 올랐다. 당근은 112.2%, 배추는 91.9%, 애호박과 토마토 가격도 지난해 말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채소 가격 상승으로 김치 가격도 24% 올랐다.

소비자들의 밥상 물가를 대변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2월, 12% 오르며 2010년(21.3%)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AI 여파로 계란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 상승폭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라면과 맥주, 콜라, 빵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격을 6% 가량 올렸고 국내 라면시장 1위 업체인 농심은 신라면과 너구리 등 라면값을 평균 5.5% 인상했다.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도 평균 5% 이상 인상됐으며 파리바게뜨는 빵과 케이크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되는 원재료 가격이 정상화되거나 하락하더라도 기업들은 한 번 올린 제품 가격을 다시 내리지 않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