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제어·공간·에너지·기술 핵심”

엘리베이터 산업의 향방은 어떻게 진행될까? 격변하는 엘리베이터 산업을 진단코자 전문가 3인에게 관련 산업의 주요 변화와 트렌드, 그리고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진단에 참여한 전문가 3인은 △한국승강기대학교 황수철 교수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거창승강기R&D센터 김윤용 센터장 △한국경제연구원 양금승 선임연구위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보다 안전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프트웨어의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승강기 유지·보수와 관련, 현재의 서비스에 현격한 문제가 발견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속도제어, 공간 및 에너지 효율… 기술 경쟁도 심화

황수철 교수는 최근의 속도 경쟁에 대한 원인을 심리적인 이유에서 찾았다. 통상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저층부터 상층부까지 1분 이상 소요되면 승객은 불안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엘리베이터 기업들이 속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탑승객을 위한 서비스의 질로 해석된다는 것.  

황 교수는 “정지 상태에서 최고 속도에 이르는 가속도 때문에 어지러움이 생긴다”며 “현재 동남아시아는 0.1G로, 미국과 유럽 등지는 0.11G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현기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속도 제어 기술’이 향후 경쟁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용 센터장은 공간 활용이 엘리베이터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공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코자 김 센터장은 1990년 도입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를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는 기계실로 사용됐던 공간이 MRL 엘리베이터의 도입으로 주거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잠실 롯데타워에 설치된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도 공간 및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2층으로 설계, 수송 효율 및 공간 활용을 높였다”며 “고층화와 제한된 면적을 극복하는 엘리베이터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금승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승강기 수요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내수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의 경쟁은 한층 심화되리란 분석이다.

ICT 접목과 관련해 황수철 교수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술 적용은 곧 사용자 편의성과 직결된다”고 확신했다. 

김윤용 센터장은 엘리베이터의 소프트웨어 활용도가 커짐에 따라 철저한 검증 시스템의 필요를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을 적용시 혹시 모를 안전성 침해 우려에 대해 김 센터장은 “프로그램과 내장된 칩이 결함을 일으킬 경우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현재 신뢰성과 안전 확보를 위한 검증이 이뤄지지만, 향후 더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브랜드 관리와 기술 및 품질 향상 요구돼

최근 대두되는 승강기 업계의 위기감과 관련해 황수철 교수는 ‘거래의 문제’를 지적했다. 황 교수는 “현재 엘리베이터 설치 가격이 30년 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며 “납품가격을 맞추고자 저가의 부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엘리베이터는 20년 이상 사용하는 만큼 안전이 핵심이다. 경제성과 가격에 치우치게 되면 국내 부품업체가 허약해질 뿐만 아니라 신뢰도 잃게 될 공산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윤용 센터장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지도 때문에 한국산 엘리베이터를 선택한 후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며 “브랜드 관리와 기술 향상 노력이 없이 위기 타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금승 선임연구위원은 유지 및 보수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양 연구위원은 “승강기 유지·보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데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서비스 품질 향상이 곧 경쟁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