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정장에 흰 셔츠 차림, 짧아진 머리에 평정심 일관"'뇌물 VS 강요' 핵심 쟁점 진술에 미동 없이 경청 집중"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특검은 최순실 게이트와 삼성의 개별 현안 사이의 대가관계 입증이 어려워지자 승계작업이라는 가공의 틀을 도구로 삼아 억지 연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사의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퍼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부회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경청할 뿐 미동이 없었다.

    7일 오전 9시 47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뇌물공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 중순 영장실질심사 후 약 40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회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다소 담담한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공판을 보기위해 몰려든 방청객과 취재진, 삼성 측 관계자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법정 좌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취재진들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작은 미동 하나에 집중했다. 

    법정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재판 시작을 알리는 김진동 부장판사(형사합의27부)의 물음에 생년월일, 직업, 주거지, 등록기준지 등을 답한 뒤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 부회장은 "1968년 6월 23일 태어났으며 직업은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며 "현재 주거지는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등록기준지는 경남 의령군 정동면"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지시에 따라 특검과 변호인단의 모두절차가 시작됐다. 우선 특검이 PPT 자료를 통해 공소요지 및 사건의 실체 등에 대해 설명했다.

    박 특검은 "특검은 지난 3개월간 수사를 통해 최순실 씨가 국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각종 이권사업 개입해 사익 취한 사실 확인했다"며 "수사결과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은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개입과 사익추구를 위한 정경유착이라는 두 가지 고리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으며 그 핵심이 삼성그룹 관련된 뇌물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특검이 왜 최순실을 수사하지 않고 삼성이라는 기업만 수사했냐고 비판하고 있다"며 "특검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과 그와 유착돼 부패범죄 저지른 최순실과 대통령을 수사한 것으로 기업 운영에 대해 수사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주성 검사와 양재식 특검보가 바통을 이어받아 공소사실 요지와 사건의 주요잼정을 각각 진술했다. 특검 측은 삼성과 최순실 간의 모든 연결고리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준비된 절차였다고 날을 세웠다.

    50분 넘게 이어진 특검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에 이 부회장은 담담히 경청할 뿐 심경을 나타내는 어떤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변호인단은 특검의 요지를 순간순간 기록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이 부회장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뒤를 이어 송우철, 문강배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의 모두진술이 이뤄졌다. 송 변호사는 피고 측이 바라보는 실체적 진실과 공소의 근본적 문제점을 짚은 뒤 제기된 혐의들에 대한 반론을 펼쳤다.

    변호인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근본적으로 증거가 아닌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을 뒀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포함한 여러가지 사업 활동에 대해 삼성이 최순실을 미리 알고 경영권 승계를 위했다는 예단을 갖고 있는데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송 변호사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뇌물공여죄에 대해서는 "승계작업이라는 현안과 대가 관계에 대한 합의와 부정한 청탁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특검은 어떤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대가 합의를 위한 부탁을 했다고 판단하는지 근거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길어지자 이 부회장은 자세가 불편한 듯 수 차례 자세를 고쳐앉았고,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르거나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 만을 보였다. 반대로 박영수 특검은 몸을 책상 앞으로 기대고 안경을 고쳐 쓰는 등 변호인의 진술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1차 공판은 오후 7시가 넘어서 종료됐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매주 세 차례씩 공판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12일로 예정된 3차 공판을 목요일로 연기하면서 3차 공판은 13일 오전 10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례적인 강행군에 뇌물죄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공판 진행이 자칫 '뇌물죄 프레임'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