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전셋값 동반 상승 우려… 역전세난 가능성까지 대두"앞선 대규모 공급 당시 침체 사례 없어"
  • ▲ 세종시 한 입주단지 이사 현장. ⓒ뉴시스
    ▲ 세종시 한 입주단지 이사 현장. ⓒ뉴시스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10만가구 이상 '입주폭탄'이 예고되면서 과잉공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우려된다. 대체로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입주물량이 몰렸던 시기에도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한 바 있는 만큼 아직은 침체를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만큼 시장에서 어떤 피드백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3분기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모두 10만721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8000가구에 비해 3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대 들어 분기 기준으로 최다 물량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5만2032가구(서울 6883가구 포함)가 예정됐다. 2분기 2만2570가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지방에서는 2분기 5만7061가구와 비슷한 5만518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크게 늘어난 아파트 입주물량에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집값 조정이 예상된다. 특히 과잉공급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대규모 단지 주변에는 역전세난과 가격 폭락 등 주택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도 지난 19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6·19대책)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로 금리 인상 가능성과 입주물량 증가를 꼽았으며 이로 인해 현재 나타나는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2~3년 전 분양시장 호황 때 쏟아졌던 물량들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라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2만9708가구로, 상반기 입주물량 14만9023가구에 비해 54.1% 많은 물량이다. 예년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최근 6년 평균 12만9408가구)로, 전문가들 역시 올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심지어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더 늘어난다. 올해 입주물량 37만8731가구(예정)보다 14.7% 증가한 43만4399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최근 6년 평균 입주물량 23만6937가구에 비해 연간 20만가구 안팎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으로 기조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입주물량에 따른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입주물량 증가는 전셋값 안정화에 기여하면서 임차시장의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급증하는 일부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도 배제할 수 없으며 입주물량 급증 지역을 중심으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상승하던 지역도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쏟아지는 입주물량이 매매가와 전셋값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는 3분기 이전에 분기 기준 최다 공급이 이뤄졌던 지난해 4분기(9만2189가구)의 경우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시장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광역시·도 중 '최다 물량(3만438가구)'이 공급된 경기지역만 하더라도 입주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장 많은 입주가 진행된 화성시(4652가구)의 경우 1분기 기준 매매가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당 8만원 올랐으며 전셋값은 6만원 올랐다. 84㎡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2개 분기 만에 매매가가 672만원, 전셋값은 504만원 오른 셈이다.

    특히 동탄신도시의 경우 ㎡당 매매가가 10만원, 전셋값은 5만원 뛰었다. 이 기간 경기 지역 시세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각각 5만원씩 올랐다.

    화성시에 이어 공급이 많았던 안양(4250가구), 광주(2681가구), 부천(2046가구) 등도 마찬가지다. 세 지역 모두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입주물량에 따른 가격 하락이나 시장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8만7993가구의 입주가 진행됐던 2015년 4분기도 마찬가지다. 5496가구 입주가 진행되면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입주물량이 몰린 하남시의 경우 1년 만에 ㎡당 75만원이 오르면서 입주 부작용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당 599만원에서 685만원으로 시세가 급등했다.

    당시 입주물량이 몰렸던 남양주(5042가구), 화성시 (4877가구), 성남시(4513가구) 등도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 말부터 이어진 부동산 규제 대책과 가계부채 대응책, 금리 인상 등 내·외부 악재들이 겹치면서 시장 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 중에서도 입주물량이 몰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업계 예상과는 다르게 입주물량이 소화됐고, 시장 분위기도 새 아파트 입주에 따른 효과를 봤다. 이번 대규모 입주물량 역시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는 힘들지만, 심리적 요인이 큰 부동산시장에서 자꾸만 부정적 시그널만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입주물량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감을 안정시키기 위채서는 철저한 입주관리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실장은 "입주물량 증가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이동하면서 전·월셋값이 떨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주거 이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미분양·미입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기존 주택 처분 지원을 위한 기금 보증 활용 시스템 구축이나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자금 지원, 미분양·미입주 주택의 임대주택 전환 확대와 같은 정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