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미리 알았다면 질책 받지 않았을 것정유라 '승마지원' 강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독대 및 질책 내용 '이재용' 피고인신문서 집중 확인"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는 언론 기사가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두 번째 독대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참모들을 만나 한 말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30분 면담 중 절반 이상이 승마지원 이야기였다. 삼성의 지원이 미비하다고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회의에 참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대외협력담당)은 지난 31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48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내가 왜 대통령에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대에서 대통령이 (올림픽에 나가려면) 좋은 말도 사고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삼성은 아무것도 안한다. (이전 회장사인) 한화보다 못하다고 하더라"며 "승마계 내부의 파벌 다툼 같은 건 관심 없다. 회사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잘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굳은 표정에 심각성을 깨달은 박 전 사장은 부하직원인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당시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에게 사태 파악을 지시했다. 또 최씨의 승마계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기 위해 독일로 급히 출국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의 실체와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최씨와 박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다. 최씨는 딸 정유라를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포함한 승마계 내부 사정을 알렸다.

    박 전 사장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에게 박 전 전무의 이야기를 전했다. 삼성이 최씨의 영향력을 정확히 인지한 시점이다.

    특검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2015년 박관철 발언 등 굵직한 사건을 주요 근거로 내세워 삼성이 이전부터 최씨와 정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림픽 대비를 위한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을 뇌물로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 측은 '최씨의 영향력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게 놔뒀을리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박 전 사장은 "특검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독대 이전에 정씨에 대한 지원을 지시받았다면, 독대에서 승마지원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받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는일은 삼성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니라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삼성은 공판 초기부터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정씨를 포함한 6명에 대한 승마지원을 준비했지만 이 또한 최씨의 방해로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특검은 대통령의 질책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48차례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질책 여부에 대해 한 차례의 언급도 없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서 '제가 어떻게 이재용을 질책하느냐'고 진술한 바 있어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은 1일 오후로 예정됐지만, 박 전 사장의 반대신문이 이어지면서 2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일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획됐지만 불출석에 무게가 쏠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