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이 8년간 헌신한 분…가대위 피해줄까 사임해 잡지 못했다""대리인 유지 부탁해도 사임 고수, 그동안 '희생-수고' 희석될까 안타까워"
  • ▲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이 지난해 1월 예방대책에 관한 조정안에 최종 합의 후 서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이 지난해 1월 예방대책에 관한 조정안에 최종 합의 후 서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8년간 아무런 보상 없이 피해자들을 도와주신 분인데…"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단체 대표가 박상훈 변호사에 대한 논란에 입을 열었다.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송창호 대표는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대위는 박 변호사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대리해 주길 요청했지만 '가대위에 누를 끼칠까 걱정해 사임한다'고 해 더이상 만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대위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박 변호사는 최근 삼성으로부터 공연 티켓을 받았다는 언론보도로 곤혹을 치뤘다. 그는 논란이 확산되자 '가족들에게 누를 끼칠까 걱정된다'며 대리인 자리에서 사임했다. 

    -박 변호사가 가대위를 대리하게 된 배경은

    박 변호사님은 처음 반올림이 생길 때부터 함께 하셨던 분이다. 그는 2007년 사망한 故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포함한 피해자 5명의 대리인으로 삼성과 싸웠던 분이다.

    그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나오는 변호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반올림과 가족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2014년 8월 가대위가 분리되면서 지금까지 가대위와 함께 하셨다.

    가대위가 분리된 후에도 재판은 이어졌다. 피해자 5명 가운데 4명이 가대위로 떨어져 나왔다. 때문에 박 변호사님은 자연스럽게 가대위의 대리인이 됐다. 

    가대위를 만들고 대리인을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다. 반올림에 있을 때부터 계속해서 대리인이었다. 반올림과 가대위와 분리된 것 뿐이다.

    -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보였나

    박 변호사님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가장 우선시 여겼다. 5명의 재판은 2010년 시작해 6년 넘게 이어졌다. 결과는 2명이 2심에서 승소했고 3명이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다.

    그는 1~2명이 승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패소하는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모두가 승소하면 좋지만 패소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나머지 가족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 셈이다.

    -삼성으로부터 공연 티켓 등을 선물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해자들을 회유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그런 기사가 나와서 당황했다. 그리고 변호사님과 직접 통화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은 우리 활동엔 별 다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논란은 이야기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다만 논란의 소지를 접어두고 8년의 세월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피해자 가족들을 도와주신 분인데, 작은 흠집으로 모든 노력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박 변호사님은 아무런 보상 없이 무료로 시간을 내서 도와주셨다. 법무법인에 몸 담고 있으면서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반하는 활동을 하신 건데, 이런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게 안타깝다.

    -반올림과 가대위의 분리 과정에서 박 변호사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반올림에서 나오기 싫었다. 반올림이 쫓아내서 버림 받고 나온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한 박 변호사님 밖에 없었다.

    박 변호사님은 무료로 변론을 해줬지 반올림과 분리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되려 우리가 사무실에 찾아가 대리인을 계속 해달라고 부탁했다.

    공연 티켓을 받은 것을 앞세워 가대위와 삼성의 협상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협상 과정에서 변호사님이 의견을 낼 수는 있었지만, 결정한 주체는 가족들이다. 사적일 일을 앞세워 가대위를 흔들고 몰아가는 건 있을 수 없다. 

    -박 변호사가 삼성 보상위원으로도 활동했는데 가대위가 추천한 건가

    피해자 가족들이 직접 보상위원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보상을 위해 피해자들이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을 대리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가대위의 부탁으로 박 변호사님이 보상위원으로 활동하셨다.

    변호사님이 보상위원에 들어간 것을 갖고 다양한 말들이 있었지만, 가대위는 우리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우리 입장을 잘 아는 사람이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박 변호사의 옴부즈만위원회 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박 변호사님이 옴부즈만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박 변호사님도 처음에는 반도체 생산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8년 동안 우리와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셨다. 

    옴부즈만위원회 역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사정을 잘 아는 분이 활동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보도 이후 가대위 대리인에서 사임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저희는 사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재생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박 변호사님이 먼저 '누를 끼칠까봐 걱정된다'며 가대위에 남아있는게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사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신 셈이다.

    (변호사님의 말씀을 듣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저희들은 당연히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동안의 시간이나 앞으로의 자문활동을 감안할 때 계속 계셔주시기를 부탁드렸다. 

    하지만 변호사님께서 끝내 사임의사를 밝히셔서 더이상 잡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노력하신 활동이 좋지 않게 해석되는게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