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명백한 '증거-증언' 나오지 않아"재판부 '뇌물공여죄' 인정 여부 따라 각각의 혐의 흔들려 '무리수' 지적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공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 혐의인 뇌물죄와 함께 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전면에 내세워진 만큼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순공여 및 제3자 뇌물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이다.

    이 중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의 경우 지난 2월14일 특검의 2차 구속영장에 새로 추가된 혐의로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과 궤를 같이한다. 해당 혐의는 핵심 쟁점인 뇌물죄보다 입증이 용이해 2차 영장 발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위해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에 78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또 정씨에게 비타나V와 라우싱 등 훈련용 마필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허위 용역계약서를 체결, 수익처분을 숨기려 했다며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내세웠다.

    이들 혐의의 법정형량은 각각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도피액 50억원 이상의 경우)', '징역 5년 이상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특히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이 부회장의 혐의 가운데 형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재판부의 인정 여부에 따라 최종 형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때문에 특검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유죄를 주장하는 이들은 '명백한 불법 외화 반출'이라는 점을 강하게 내세우며, 혐의가 인정된다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코어스포츠가 실체가 없는 회사며, 승마지원을 위한 컨설팅 용역계약 역시 최씨 모녀에게 자금을 전달하기 위한 허위 계약으로 단정한 셈이다.

    특히 예금거래신고서에 기재된 예치사유(우수마필 및 부대차량 구입) 역시 허위로 기재됐으며, 실제 제공된 마필과 차량 모두 최씨에게 소유권이 있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주장을 거듭 고수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과 관련된 명백한 증거와 증언이 나오지 않아 재판부의 '유죄' 선고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공방이 이뤄진 건 123일간의 공판 과정 중 4시간 가량의 증인신문이 전부다. 이마저도 출석한 증인들의 관련 증언에 따라 혐의 입증은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의 허위 예금거래신고서 의혹에 대해 증언한 우리은행 김 모 직원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됐으며, 신고 목적에 부합했다'고 말해 특검의 주장을 무력화 하기도 했다.

    범죄수익은닉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는 일체 제시된 바 없다. 삼성과 코어스포츠간의 용역계약이 허위라는 점과 마필 및 차량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는 주장은 의혹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를 대상으로 한 말 교환 계약도 최씨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말 세탁' 행위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 역시 힘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뇌물죄가 성립해야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유죄 판단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청와대→최순실'의 뇌물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은 만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 또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특검의 1차 영장을 기각한 것은 당시 삼성의 재단 출연금과 승마지원금을 뇌물로 보지 않은 것"이라며 "승마지원금이 해외로 입금된 내용이 확인되면서 2차 영장 발부가 이뤄졌는데, 현재까지 이 자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나 '범죄수익은닉' 이라는 명확한 증거와 증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으로 특검의 12년 구형은 뇌물죄가 아닌 연장 선상에 있는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죄를 물은 것으로, 재판부의 뇌물죄 판단 여부에 따라 각각의 혐의들이 달리 평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무작정 유죄만을 내세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