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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노사가 보안업무망 사용 제한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석유공사 노동조합은 "사실상 검열과 무자비한 통제"라는 반면, 사측은 "국가보안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맞서는 모양새다.
30일 석유공사 노사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6월 노조의 사내 보안업무망 사용을 제한하고, 노조가 올린 게시물을 삭제했다. 전임 노조 간부들의 메일 발송과 게시 권한도 박탈했다. 그러면서 보안을 이유로 들었다. 업무 보안이 중요한 만큼 사용상의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직원들은 현재 외부와 차단된 보안업무망에 사용하는 PC와 인터넷에 연결되는 PC를 구분해 2대의 PC를 사용하고 있다. 사측은 "사용상의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직원들이 2대의 PC를 사용하는 것은 업무 보안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인터넷에 별도 홈페이지가 있고, 직원들은 인터넷 PC를 통해 노조 홈페이지 접속과 사내 메신저 사용이 가능하다"며 "다소 불편하지만 노조의 활동과 운영에는 전혀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또 "그간 관례라는 이유로 노조가 보안업무망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주장을 게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지만 노조의 게시물이 과도한 수준의 비방을 포함하거나 보안업무망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제한했다"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 보안업무망의 사용을 금지하고 인터넷망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안업무망과 인터넷망의 분리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자 노조는 "노조 와해, 파괴공작"이라며 지난 6월28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7건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 결과가 지난 28일 나왔다. 울산노동위원회는 7건 중 ▲설문조사(리더십) 삭제 ▲전임자 게시물 작성권한 박탈 ▲노동조합 게시판 무단 폐쇄 ▲전임자 사내 이메일 발송권한 박탈 ▲이메일 무단 삭제 ▲다수 게시물 무단 삭제 등 6건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이같은 결정이 나오자 노조는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김정래 사장의) 노조 파괴공작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루 속히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노조는 "김정래 사장의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는 노조가 측근 채용시 비리의혹, 비선에 의한 밀실경영, 인사전횡 등 권한남용, 투기자본에 대한 사옥매각 등 국부유출, 공공기관장으로서의 도덕적 해이 등 수많은 문제점을 제기하자 이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김 사장이 공공기관장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으며, 이번 울산노동위원회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함으로써 더욱 명확해졌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사측은 울산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측은 "판정서가 송달되면 신청취지 인정사유 등 판정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 등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울산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빌미로 노조에서는 사장 퇴진과 연계시키는 등 정치적 공세를 진행 중이지만, 김 사장은 공사 내부 적폐 청산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분쟁 원인이었던 노조의 인사권 개입 관행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