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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오른쪽),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잇따라 대정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각 협회
탄핵 국면에 처한 보건의료단체장들이 잇딴 대정부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회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공감을 사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잇따라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 13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가 지난 17일 종료했다. 단식투쟁 명분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철회하라는 것. 아울러 최근 대한약사회가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성분명처방의 폐기였다.
추무진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관 앞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단식 투쟁에 나섰다. 추 회장은 단식을 시작하면서 "의협 회장의 막중한 책임감으로 회원들에게 투쟁을 요구하는 회장이 아니라 저 자신이 몸을 던져 선봉에 설 것"이라면서 "이 기회를 계기로 최근 입법 발의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법안 철폐와 성분명 처방의 부당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근 개편된 노인 외래 본인부담금제도에서 한의과가 빠졌다는 게 단식 투쟁의 명분이다. 김필건 회장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노인정액제 개편에 한의계가 제외된 것은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에 나섰다.
주요 보건의료단체장들이 잇따라 곡기를 끊었지만 공감보다는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공통적으로 두 협회장은 현재 회원들로부터 '탄핵' 요구에 직면해 있다. 결국 궁지에 몰린 협회장들의 단식투쟁 카드가 대회원용 퍼포먼스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
추무진 회장의 단식 장소와 중단 시점을 놓고 특히 그 비판이 거세다. 추 회장이 의사협회관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지 3일차인 지난 17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추 회장의 탄핵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부결됐다. 추 회장은 곧장 단식을 해제했다.
강원도 한 공보의는 "임시대의원총회가 끝날때까지 현대의료기기 허용 의료법 개정안과 성분명 처방 문제는 변한 것이 없는데 허무하게 돌연 단식을 중단한다고 했다"면서 "소통이 아닌 '쇼통'"이라고 비판했다.
김필건 회장의 단식 역시도 공감보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노인 환자 외래 진료비 할인 기준을 현실적으로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도록 손질했다. 의과에 한정했는데, 한의과 환자의 경우 대상 노인 환자의 90%이상이 혜택을 받고 있는 터라 시간을 두고 추후 논의키로 했다.
의협 한 대의원은 "의료계가 수년간 복지부와 논의를 통해 얻어낸 잘 차려진 밥상에 한의계가 숟가락만 얹으려는 꼴"이라면서 "집안싸움이 벌어지니 바깥으로 눈돌리려는 전략"이라고 깎아내렸다.
한의협 한 대의원은 "일반 한의사 수천명이 회장 탄핵 서명서를 제출했고, 대의원총회에서도 탄핵을 위한 정관개정이 이뤄진 상황"이라면서 "코너에 몰리니 청와대 앞에 가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국민 눈높이에서도 이들 협회장들의 단식 농성은 공감을 사기 힘들어 보인다. 소비자시민단체 한 대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거나 노인정액제 개선하는 문제를 놓고 그 명분은 '환자'를 운운하지만 결국 밥그릇투쟁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보전과 이득을 위해 국민을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