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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의 몸집 불리기가 불발로 끝났다. 이에 동부제철 구조조정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전기로 매각 무산에 이어 최근 동국제강도 동부인천스틸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산업은행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부제철 매각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최근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묻는 질문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근까지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동국제강이 이같이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업계는 전기로 매각 불발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전기로 매각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부인천스틸 인수 방침을 밝혀 시장에 혼선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8월까지만 해도 동국제강은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내부행사에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비전팀 이사는 공공연하게 동부인천스틸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욱 부회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는 사실도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평소 기자들 질문에 가감없이 답하는 장 부회장은 이날따라 침묵을 지키며 의구심을 키웠다.
산업은행이 계획대로 8월 내 동부제철 전기로를 이란 철강사에 팔고, 그 뒤 수순으로 동부인천스틸을 매각하려 했으면 현재 상황과는 달라졌을 거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핵개발에 따른 이란 제재라는 정치적 이슈로 계획이 뒤틀렸다. 헐값 논란에도 매각을 강행했지만 결국 불발되며 동부인천스틸 앞날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구조조정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전기로 매각을 강행할 지도, 동부인천스틸만 따로 매각할 지도 정해진 바 없다. 전기로 매각 이전에 고려했던 동부제철 통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기로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에 전기로 매각이 불발되면서 동부제철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각이 한번 무산된 만큼 내부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연내에는 계획을 수립해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