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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4일 저녁 황 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회장 임기가 끝나면 보따리 싸서 집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차기 회장을 노리고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현 회장이 재선을 노리고 뛰면 현 회장 '프리미엄' 때문에 버겁지 않을까 한다고 들었다"며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연초에 말한 것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갖는 게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의 생각, 시대적 분위기, 회원사들의 의사 중 하나라도 안 맞으면 연임을 못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원사들을 보면 분위기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열심히 뛰면 재선 가능할 것 같지만 한편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대적 분위기로는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업계 발전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외교 용어로 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환영받지 못하는 이)'가 아닐까 한다"며 당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도 "친구들도 일을 쉰 지가 오래 됐고 교수인 친구들도 올해 정년이 됐다"며 "가족들도 일주일에 2~3일씩 조찬하러 나가는 것 보며 나이에 비해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할 정도"라며 연임에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황 회장은 "우리 협회는 공개적으로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며 "다음 협회장도 회원사의 신임을 얻어 회장이 되는 전통을 잇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952년생인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삼성투신운용,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며 범금융계 전반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돼 2년간 협회를 이끌었다.
황 회장은 임기 동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증권사 지급결제 업무 허용 등 업계 발전을 위한 여러 제도개선에 앞장선 바 있다.
대외적으로도 '초대형 IB'와 관련해 은행업계에 비해 금융투자업계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펼치는 등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은 이달 중 공모를 거쳐 내달 중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를 선정한다. 이후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