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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가 글로벌 무역 강국의 입지를 점차 되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 폭죽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은데다 엔저(円低, 엔화가치 약세) 여파가 이어지면서 향후 수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세계 경제 호황 속에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액은 3년만에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올해들어 11월까지 수출은 전년 대비 자릿수(16.5%) 증가를 보이며 역대 최단 기간내 수출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보다 2단계 상승한 6위에 랭크했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인 3.3%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3%를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3.2%, 3%로 각각 높여 잡았다.
다만 수출에 있어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엔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다.
2012년만해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 정도에 그쳤다. 이후 매년 꾸준히 상승해 올해(1~11월 기준)는 16.8%까지 치솟았다. 올해 수출 증가의 품목별 기여도에서 반도체는 무려 42.9%를 차지, 철강(7.4%)·일반기계(5.5%)·자동차(4.2%)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밖에 없다. 그런데 앞으로 반도체 시장은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을 정도다.
엔저 가속화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엔 환율은 965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18일(961.5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수출기업들 입장에선 엔저에 따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과 자동차, 조선 업종에선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가치 상승이 장기화하면 일본·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에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산업부와 무역협회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 유공자 600명에게 정부 포상을, 1153개 기업에 수출의 탑을 수여했다.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은 유알지 전희형 대표이사, 대지정공 조효상 대표이사, 유니온 강대창 회장, 한국야금 김경배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 5명에게 돌아갔다. 은탑산업훈장은 세아상역 하정수 대표이사 등 5명이, 동탑산업훈장은 삼양식품 전인장 대표이사 등 9명이, 철탑산업훈장은 윤앤플락 윤종익 대표이사 등 9명이, 석탑산업훈장은 미원스페셜티케이미칼 김일순 상무이사 등 8명이, 산업·근정포장은 국보화학 김운곤 대표이사 등 33명이, 대통령표창은 경동나비엔 이재진 기장 등 77명이, 국무총리표창은 광평마그네트알미늄 김형도 대표이사 등 84명이, 산업부장관표창은 가디뷰이 한화란 대표이사 등 370명이 수상했다.
수출의 탑은 지난 1년간(2016년 7월~2017년 6월) 일정 단위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업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부턴 평가에 일자리 창출 실적과 수출의 국내 부가가치비율 등을 감안했다. 특히 올해 수상 업체는 대기업 9개, 중견기업 59개, 중소기업 1085개로 전체 포상대상자의 84%를 중소·중견기업에 배정했다. "대기업과 더불어 우리 수출을 주도해 가고 있는 중소규모 수출기업의 수출 확대 노력을 적극 격려하기 위해서"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올해 최고액 수출의 탑은 100억불탑으로 포스코에 돌아갔고, 카카오게임즈 등 77개사는 최초 수출 실적만으로 수출의 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