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協, '매물 철회' 전국구 확산 움직임거래하려는 수요자들, 접근성 떨어져 피해
  • ▲ 목동 신사가지 5단지 매물 현황. 네이버 부동산(상)과 다음 부동산 갈무리. ⓒ성재용 기자
    ▲ 목동 신사가지 5단지 매물 현황. 네이버 부동산(상)과 다음 부동산 갈무리. ⓒ성재용 기자


    보다 나은 매물을 제공하기 위한 네이버 부동산과 '생존권'이 걸린 일선 중개업소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격론이 오가는 가운데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매매 거래를 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부동산은 11월 중순부터 이용자가 부동산 정보를 검색하면 네이버 자체적으로 선정한 '우수 중개업소'의 매물부터 보여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중개사는 읍·면·동별 상대평가를 통해 전체 중개사 중 30%까지 선정했다.

    네이버가 공개한 우수 활동 중개사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집주인의 실제 거래의사를 제3자가 검증한 매물(현장 확인 매물)의 비중 △거래가 끝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빨리 등록(거래완료 등록)하는지 여부다.

    이를 통해 상위 5% 이내 최우수 중개업소는 네이버에 매물을 올릴 때 이름 옆에 분홍색 마크가, 상위 15% 이내 우수 중개업소에는 남색 마크가, 상위 30% 이내 준우수 중개업소에는 하늘색 마크가 각각 뜬다. 상위 30% 안에 들지 않은 중개업소는 마크가 없다. 또 3개월간 허위 매물로 판단된 물건을 3개 이상 올리거나 허위 매물을 리스트 상단에 올릴 경우 우수활동중개사 마크가 즉시 제거되고 6개월간 중개사 점수가 0점 처리된다.

    네이버는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매물 하나를 공인중개사 여럿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개하는 상황에서 해당 물건이 거래되면 빨리 다른 공인중개사들이 물건을 내리도록 하고 손님을 유도하기 위한 소위 '미끼상품'을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포털에 등록된 매물 가운데 고객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한 건수는 3375건이다.

    문제는 '현장 확인 매물'로 등록하기 위한 수수료가 기존 일반 매물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다. 일반 매물의 등록비는 건당 1700~2000원이지만, 현장 확인 매물의 경우 5500원에서 많게는 1만75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현장확인 매물을 많이 올려 등급을 올리려면 기존 매물보다 몇 배나 비싼 돈을 써야 되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A공인 대표는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우수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다보면 광고비가 끝없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동네 중개사들끼리 과당 경쟁을 유발시켜 네이버만 배불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네이버의 말을 잘 듣는 중개사들에게는 혜택을, 그렇지 않은 중개사들에게는 역차별을 조장하는 제도"라며 "돈을 많이 내면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것이 검색의 중립성이고, 네이버가 말하는 상생이 이런 것이냐"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네이버는 지난 13일 우수활동중개사 선정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측은 "애초 허위·방치 매물 문제를 근절하고자 도입한 제도가 오해를 샀다. 중개사분들의 마음을 세세하게 헤아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며 "다음 달부터 진성매물 산정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공인중개사들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발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중개업소가 개별적으로 포털사이트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다음 달 전국 지회장 회의를 열어 '네이버 매물 셧다운'과 '한방 확산' 캠페인 확대를 논의하겠다"며 "더는 대형 포털사이트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개사협회는 자체 스마트폰 부동산 중개 앱 '한방'을 확산시켜 포털로부터 독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세종시 아파트 매물(매매·전세·월세)은 이달 초만 하더라도 9000여건에 달했지만, 20일 기준으로는 99건으로 크게 줄었다.

    1848가구 규모의 서울 목동 신시가지 5단지의 경우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매물이 단 4건(매매 1·전세 3)에 불과했다. 1단지(1882가구)는 전체 매물이 7건, 6단지(1368가구)는 9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음 부동산에는 5단지 230건, 1단지 205건, 6단지 172건 등이 등록돼 있는 것에 비하면 90% 이상 매물이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는 이미 거래가 끝난 매물을 계속 올려놓고 고객이 찾아오면 다른 매물을 권하는 '낚시 영업'을 막으려는 조치"라며 "중개업소가 내는 수수료도 대부분 정보업체에 돌아가고 우리는 더 받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개별 중개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정보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매물 정보를 올리는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양측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피해는 집을 구하거나 팔려고 하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개업계와 네이버의 갈등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인터넷을 통한 아파트 매물 정보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시세 및 매물 현황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네이버에 올라오는 매물 자체가 이미 제한적으로 공개돼 왔고, 대체재들이 있는 만큼 큰 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부분은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함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중개사협회에서 얘기하는 앱을 다운받지 않는 이상 현장을 가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떨어지는 접근성으로 투기수요도, 실수요도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개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물이 노출된 일부 중개업소에만 문의가 가고, 거래가 된다면 결국 중개업소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신경전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