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수출에 유리신흥국서 자본 이탈하면 경기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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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기준금리가 3개월만에 인상되고, 한미간 기준금리가 10년여만에 역전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득실 계산이 분주하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측면에서는 유리하고, 원재료 수입 측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자본이탈에 따른 신흥국 경기침체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환율과 소비심리 변화에 따른 유·불리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을 의미한다. 미국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번에 금리를 올렸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 즉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유리해진다. 반대로 원재료를 수입할 때는 그만큼 불리하다. 그럼에도 수출 비중이 높을 경우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게 된다.


    국내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이노베이션, 효성 등이 공통적으로 이런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많고, 휴대폰이나 가전은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많다.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상승이 이뤄질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반도체 등의 수출 환경은 좋아지지만, 신흥국에서의 자본 이탈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는 않고, 소비심리는 시차를 두고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약 35%에 이른다. 나머지 65%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서 할부금리가 올라 현지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역시 수출하는 부분은 환율 상승에 따른 유리한 측면이 있다.


    철강업계 대표주자인 포스코도 수출 비중이 50%에 이른다.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상승이 이뤄지면 철강제품 수출 시에는 유리하고, 철광석 등 원재료 수입 시에는 불리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를 비롯한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제품 수출 시 받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원료 수입 시 결제하는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라 이같은 내추럴 환헷지 비중을 조절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도 수출 비중이 75%로 높은 편이다. 원유를 수입·정제해 다양한 석유제품으로 다시 수출하면서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입보다 수출이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자체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고, 자본이탈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하는 모양새다.


    효성도 수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다. 효성 관계자는 “향후 환율이 상승하면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호재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해서는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빨라지면 신흥국으로부터 외화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신흥국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이는 국내기업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신흥국 경기침체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 우리의 수출경쟁력에 일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금기금 금리를 현재의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0%)를 웃돌게 됐다. 한미 정책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연준 지도부는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더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