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건설사 용적률 인센티브 불구 네임밸류 밀려 '고배'"주택건설, 지역경제 파급효과 커… 상생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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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광역시 정비사업도 대형건설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시·도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역 건설업체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대형사들의 네임밸류에 밀려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은 만큼 지역업체들과의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광역시 '토종' 건설사들은 각 시·도가 마련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무기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출사표를 냈지만 네임밸류가 높은 대형사들에게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역업체 참여 용적률 인센티브는 정비사업에 지역건설사 참여 확대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각 시·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지역사 참여비율에 따라 최소 2%에서 최대 2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사들이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조합원들을 포섭하고 있어 지역 건설업체들의 기회를 앗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고 있는 대구의 경우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70%를 넘을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15%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을 지난 1월 고시한 바 있다.
그러나 수주전에서는 큰 힘이 되진 않아 보인다.
최근 대구 달서구 현대백조타운 재건축에서는 지역업체인 서한이 참여해 '15% 용적률 인센티브'를 내세웠지만, 시공능력평가 10위인 SK건설에 밀려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평 46위인 서한 측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가구당 부담금을 5700여만원을 줄일 수 있다고 거듭 설득했으나, 시공사선정총회에서 서한은 44표를 얻는데 그쳤다. SK건설은 10배가 넘는 455표를 얻어 시공권을 따냈다.
이에 따라 1분기 대구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은 모두 중대형건설사들이 '싹쓸이'했다. 1월 서구 내당동 주택 재건축은 호반건설이, 2월 동구 신암1 재정비 촉진구역은 코오롱글로벌이 각각 수주했다.
이번 현대백조타운에 이어 이달 시공사선정총회가 열리는 북구 강변주택 재건축은 GS건설의 단독 입찰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에도 안방을 내준 바 있다. △1월 계룡건설산업(남구 골안지구) △3월 대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수성구 강촌2지구) △6월 현대산업개발(수성구 범어우방1차) △7월 중흥건설(달서구 달자03지구) △10월 대우건설(중구 동인3가) △11월 GS건설(달서구 송현주공3단지) 등 지난해 6개 사업지 모두를 중대형사가 차지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 규제가 잇따르면서 지방 단지로 건설사들이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잇따랐던 대구에 중대형 건설사간 힘겨루기 판이 벌어졌는데, 토종업체들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전은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20% 이상이면 5%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서구 복수동2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는 지역업체인 다우건설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한양에 밀렸다. 시공사선정총회에서 한양은 204표를 얻었고, 다우건설은 76표를 얻는데 그쳤다.
대전의 경우 수년 전 도안신도시 조성 이후 신규 택지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역 건설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안으로 원도심 일원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대형사들의 진입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건설협회 대전시회 집계 결과 2006년부터 올해까지 대전 지역 정비사업은 모두 27개 사업지구에서 3만2584가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공사로 참여한 업체를 보면 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대림산업·한화건설 등 대형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대전 지역건설사 중에서는 계룡건설산업, 금성백조주택, 다우건설 등 3곳에 그쳤다. 가구 수 대비 참여율도 15.7%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건설단체들이 나섰다.
건협 대전시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전·충남도회 등은 최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의 경우 새 아파트를 지을 택지가 부족해 앞으로 신규공급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도시재생사업에 지역 건설사들의 참여가 늘어야 원도심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업계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현행 5%에서 20%로 상향해 달라고 했지만, 대전시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건실한 지역건설사들의 사업 참여 기회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가 전향적을 나서줄 것"이라고 촉구했다.
부산 지역 한 주택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주택건설 시공사로 선정된 대형사 대부분이 금융·광고·하도급 전반에 걸쳐 지역업체를 배제하면서 역외 자본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주택건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외지업체들과 지역업체의 상생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