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해외 플랜트 손실 선반영… 2년 만에 또 적자이라크 사업도 지연 우려… "안정성 회복 시간 소요"
-
-
-
-
▲ 한화건설. ⓒ뉴데일리경제 DB
한화건설이 지난해 3분기 해외 플랜트에서 다시 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 일부 사업장에서 선반영한 부분이 환입됐지만 반복되는 해외손실에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과 수주잔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도 리스크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한화건설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3조1991억원·영업이익 1414억원·순손실 181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2.9%·11.2% 증가했으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3분기 해외플랜트 현장 5곳에서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당시 한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 발전·얀부 발전 등에서 공사지연 문제가 발생하자 전약 손실로 반영하면서 3분기에만 1121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화건설이 해당 현장들의 공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지체보상금(LD)을 전액 선반영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실적 부진은 3분기 플랜트사업 손실 반영 때문"이라며 "4분기에는 주택사업 매출 등 기존 프로젝트 이익 증가와 중동 플랜트사업 손실에서 일부 환입이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분기 사우디 마덴 골드 프로젝트의 경우 ETO(공기연장) 클레임 확정으로 공사손실 충당금이 환입됐으며 비스크라 SCPP를 제외하고 공사손실 충당금 내에서 잔여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해외플랜트 부문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2019년 이후 완공예정인 사우디 아람코 JRTP, NRP 프로젝트는 협상을 통해 공기를 연장하는 등 정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2014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건설기업들과의 경쟁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신규수주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외손실은 지난해 회기에 반영했으며 3분기 발생한 해외 사업장 손실은 발주처와의 협상을 통해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발생 가능한 손실을 최소화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 손실이 잦아지면서 대외신인도는 물론, 재무안정성에도 불확실성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앞서 한화건설은 2014~2015년 38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현장 손실이 결정적이었다. 2014년 2분기 발생한 사우디 담수플랜트 현장에서 원가율 재조정으로 222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해외사업장 손실과 함께 국내 미착공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용 관련 대손상각 인식 등이 원인이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금융시장 악화, 주택 신규수주 감소, 미분양·미입주로 인한 자금압박 등의 어려움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었다"며 "저유가 시대 도래로 발주량이 줄어들었고, 유럽·중국 등과의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플랜트 부문에서의 연속된 손실 발생으로 높은 영업실적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완공 시점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해외 플랜트 부문의 열위한 수익성에 더해 2018년 이후 신규분양 물량 감소, 서울숲·김포풍무 1차 등 장기 분양 부진 민간건축·주택 프로젝트 관련 미회수 채권 및 PF 차입금에 대한 추가 대손인식 가능성이 중장기적인 수익성 유지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사업 역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비스마야 사업은 양호한 채산성으로 이익기여도가 높다. 우수한 원가율을 바탕으로 연간 1000억~150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시현하며 여타 해외 프로젝트의 손실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사잔량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사업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계약 잔액은 모두 7조7452억원으로, 전체 수주잔액의 56.8%에 달한다.
그러나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IS사태에 따른 정정 불안과 저유가로 인한 이라크 재정 여력 약화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화건설은 기성회수 부진에 대응해 공사비 투입을 조절하고 공기를 지연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축소는 2015~2017년 현금창출력 저하로 이어졌다. 미흡한 분양현황, 취약한 재정상황 등으로 이라크 정부의 자체적인 공사미수금 지급 재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2016년 비스마야 사업에서 대규모 공사미수금을 회수해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미수금이 그해 말 4028억원까지 감소했으나, 이후 미수채권 규모가 재차 증가해 지난해 말 5184억원을 기록했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저유가 지속에 따른 세입 감소와 전비 부담에 따른 국방비 지출 확대 등 이라크 정부의 어려운 재정상태에도 지난해 1억8000만달러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등 미수금과 관련한 부실화 위험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발주처의 재정 이슈로 사업 추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더뎌진 만큼 정상적인 공사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기성 회수 지연으로 공사 진행 속도가 저하될 경우 실제 공사기간이 계획대비 증가하면서 간접비 등 원가 부담 증가로 예정원가 조정도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 때문에 과거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추가 자금회수에 여전히 불확실한 면에 상존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인력 철수 등 Slow-down을 통해 변동비 투입을 최소화하더라도 본사배부 간접비, 가설재에 대한 유지관리비 등 고정비 성격의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에 설정한 예정원가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기 연장 간접비와 관련한 클레임 진행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복되는 손실로 재무안정성도 저하됐다. 그간 수익창출력에 비해 과중한 재무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불안감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손실 규모를 감안하면 총차입금 1조387억원·PF 우발채무 8297억원 등 재무부담은 수익창출력에 비해 과중하다.
여기에 자기자본 감소로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016년 297%에서 2017년 321%로 상승했으며 영업손실과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1조1200억원에서 1조43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잇단 손실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2013년 말 45.4%에서 2017년 말 68.3%로 증가했다.
권기혁 실장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 부문의 손실 발생과 일부 환입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실적 개선세에 있었던 만큼 2018년 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특히 과거에는 자금조달 방안으로 사용하지 않던 기업어음, 공사비 유동화 채무 등을 활용하기 시작해 차입금 구성 및 만기구조에 대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