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 24일 최저임금제 산입범위 결정할 듯경제계, 고용확대·최저임금 인상 위해서는 산입범위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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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정부의 거센 압박에 ‘기업하기 참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재논의된다. 이날 소위에서는 정기상여금 및 복지후생비의 최저임금제 산입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노위는 지난 21일 11시간 동안 소위를 열어 마라톤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쟁점은 최저임금 산정시 정기상여금과 수당(숙식·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할지 여부다.
현행법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만 포함시킨다. 이에 정기상여금과 수당 등 복리후생비가 추가된다면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기업이 받는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논의 중인 산입범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국회의 개정안은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만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려 한다”며 “경총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가 지급받는 상여금과 제수당 및 금품을 모두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재계는 경총의 주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입범위 확대 없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기업경영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이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고용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기업경영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고용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은 성격이 다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때리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도 정부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마냥 채찍질을 가하는 것보다 당근도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소기업계도 경총과 산입범위에 대한 기준은 다르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현재와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자보다 못한 삶으로 버티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숙식비와 정기상여금이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진다고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도래해도 실질적인 소득 증진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노동계의 주장이 현실에 맞지 않다며 국회의 입장을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최저임금은 150만원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급이 작고 상여금이나 성과금 등이 많아 기본급만 가지고 최저임금을 산정하면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한 일부 수당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노동계에 간곡히 호소한다. 정기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국회 논의를 동의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며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본다”며 “시장과 고용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목표연도를 신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