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 목표, 식당서 집까지 배달… 과제 아직 많아"
  • ▲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내 한 푸드코트에서 '딜리'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내 한 푸드코트에서 '딜리'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4~5세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움직이는 한 물체를 향해 갑자기 득달 같이 달려든다. 한쪽이 멈추지 않으면 강한 충돌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러나 아이는 멈출 기미가 없다. 오히려 속도를 더 낸다. 그 순간 이 물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선다. 사고는 없었다. 아이는 멈춰선 물체에 조심히 다가가 "귀엽다"며 이곳저곳을 매만지고 이리저리 훑어 본다.  


    이 물체는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딜리(Dilly)'다. '딜리'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개발 프로젝트의 1단계 연구 목적으로 고려대 정우진 교수팀과 함께 제작한 첫 연구용 시제품이다. '맛있는(딜리셔스) 음식을 배달(딜리버리)해 준다'는 의미가 담긴 '딜리'는 가로 67.3cm, 세로 76.8cm, 높이 82.7cm 규격으로 위치추정센서, 장애물감지센서 등이 장착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내 한 푸드코트에서 '딜리'에 대한 첫 실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내 환경에서 '딜리'가 잘 작동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푸드코트 내 지정 레스토랑에서 준비된 음식을 받아 고객이 앉은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파악해 자율주행으로 움직여 음식을 배달해 주는 것이 딜리의 임무다.


    또 경로가 막히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는 경우, 아이가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 등 돌발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며 원활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를 시험한다.


    이번 테스트는 지방선거일(13일) 등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는 14일까지 매주 월~목요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며, 푸드코트 이용자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사업을 이끄는 최고제품책임자(CPO) 김용훈 이사는 "이번 테스트는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을 선보인다기보다는 프로젝트 1단계의 성과를 중간 점검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며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딜리'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이다. 하루 평균 6~8건 정도의 주문을 받아 배달 오류 단 1건도 없이 100% 정확히 주문자에게 전달했다.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스스로 장애물을 잘 피해 갔고, 아이가 갑자기 달려들면 그 자리에 멈춰섰다. 현재까지 충돌 등 돌발 사고는 0건이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로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딜리'가 돌발 변수에 잘 반응하면서 자율 주행을 끝마치는 지를 보고 싶었다"며 "딜리의 시스템적인 부분은 매우 만족스럽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테스트만으로 이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것이 목표도 아니었다. 무인배달 로봇으로 푸드코트가 편해지기에도 이르다"면서도 "저런 것도 테스트를 하고 있네, 신기하네 정도의 반응에 현재로선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프로젝트 1단계로 푸드코트와 같은 실내 환경에서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단계는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주상복합건물, 대학 캠퍼스 등 실내외 복합 공간, 마지막 3단계는 일반 보행로를 포함한 본격적인 실외 환경으로까지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치킨집, 피자집 등 음식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인간을 대신해 배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을 개발해 양산하는 것이다. 아직은 이른 연구개발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최소 3~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식당에서 집까지 배달할 수 있는 배달 로봇을 개발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며 "한순간에 갑자기 배달로봇이 딱 만들어져서 어떤 곳에 바로 투입될 것 같지는 않고, 조금씩 테스트를 하다보면 지금 인간(라이더)이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조금씩 메워가면서 언젠간 가능한 날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