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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는 사행산업 공공기관에 경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 출신들이 수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과거 고질적 비위행위를 적발·청산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조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전담조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는 최선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KL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유태열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52년생인 유 신임 사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경무관),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치안감), 인천지방경찰청 청장과 대전지방경찰청장(치안감) 등을 역임한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이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 과정만 거치면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다.
GKL은 지난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기타공공기관으로, 서울 강남점과 힐튼점, 부산롯데점 등 3곳에 외국인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GKL은 신임 사장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으로, 정식 취임식은 늦어도 이달안에 열릴 예정이다. GKL 관계자는 "아직 신임 사장의 취임식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달안에는 열릴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문태곤 전 감사원 차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문 사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감사원 국책사업감사단 제1과장, 비서실장, 기획관리실장, 제2차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 등을 지냈다. 지난 2010년에는 삼성생명에서 상근감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행산업 공공기관에 경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 출신들이 수장으로 잇따라 선임되면서 조직내 고질적 적폐를 적발·청산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전문성 부족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강원랜드와 GKL 모두 과거 비위 행위로 최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우선 GKL은 전임 이기우 사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은 지난 2016년 1월 '더블루케이와 스포츠단을 만들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지시에 내부 규정을 위반해 가며 GKL 장애인휠체어펜싱팀 창단을 위해 더블루케이와 2억8000만원의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이 전 사장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지시에 따라 GKL 사회공헌재단이 장시호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재단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기도 했다.
강원랜드도 지난해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사행산업 업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 출신들이 사행산업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오면서 내부 비위 행위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엄청난 현금이 오가는 카지노 사업에 있어선 문외한 이어서 경영을 잘 해 나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