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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의 한 교수가 강의 도중 학생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서, 학교 측의 진상조사 과정이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 사항을 파악한다며 학생 개인정보를 활용해 직접 연락을 취하면서 익명성을 담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A교수가 수업 시간 중 '성관계를 해봤냐?' '호텔 대실비가 얼마지?' '남자들을 조심해야한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가천대 대나무숲에 게재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달 초 A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하면서 공론화 및 처벌 방법 논의는 해당 수업에 수강 중인 학생들이 정해야 한다고 전달, 투표를 통해 학생들은 '사과 영상과 수업 녹음본을 양성평등센터에 제출해 결과를 기다린다'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상황이 녹음된 파일과 학생 의견 등은 양성평등센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파일을 확인해보니, A교수는 학생들에게 성경험을 묻거나 '생물학적으로 총각이냐' '남자X끼' 등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 가운데 가천대의 한 감사위원이 A교수의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적절치 못한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위원이 학생들의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연락한 뒤 A교수의 부적절한 행태 등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A교수에 대한 조사 여부를 알렸더라도, 개인 휴대전화번호로 연락을 줬기에 신상 정보 노출 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여학생은 "감사위원이 밝힌 이가 연락을 줬고, A교수에 대한 부분을 물어봤다. 개인 연락처를 알고, 전화를 줬기에 괜한 말 한마디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다. 해당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A교수와 관련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익명 제보가 아니라면, 학생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조사하는 방식이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피해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신원이 노출된 것에 자칫 피해를 입을까 답하지 못할 수 있다. 학생 입장을 고려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조사 방식에 대해 가천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천대 홍보실 관계자는 "감사위원이 확인을 위해 통화를 했고 익명성은 보장된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서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부 교육분야 성희롱 성폭력 근절 지원팀 관계자는 "보통 특정학과, 교수 등이 (문제가 지적되면) 서면으로 조사한다. 전화는 특정 학생을 알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 성향이 다르지만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