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용화 제품 9개 중 4개는 국내 개발 제품지속적인 연구개발 등 시장 확대… "개인 문제로 전체 피해입어선 안돼"
  •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 ⓒ연합뉴스
    ▲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 ⓒ연합뉴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주가 급등락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네이처셀의 라정찬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네이처셀은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시판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31일 6920원에서 올해 3월16일 사상최고가인 6만2200원까지 9배 가량 상승했으나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네이처셀의 시판 조건부허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다시 주가가 급락했다.

    네이처셀이 개발 중이던 조인트스템은 환자의 배나 엉덩이에서 추출한 지방조직 속 줄기세포를 활용한 퇴행성관절염치료제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이며 주목받는 분야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줄기세포치료제는 총 9개 제품인데 이 가운데 4개가 국내 개발 제품이다.

    파미셀의 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를 비롯해 메디포스트의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 안트로젠의 크론병치료제 '큐피스템', 코아스템의 루게릭병치료제 '뉴로나타알' 등이다.

    이 가운데 네이처셀이 개발하던 조인트스템과 같은 퇴행성관절염치료제는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으로,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퇴행성관절염치료제이기도 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카티스템은 2012년 출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시술건수가 80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포스트는 5년 장기추적관찰 임상시험을 통해 장기 유효성을 확보하고, 미세천공술 대비 연골 재생 개선도가 높음을 입증했다.

    카티스템은 미국 임상 1·2a상이 지난 1분기 완료됐으며, 일본에서도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위해 준비중이다.

    이처럼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임상시험을 통한 효능 입증 등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2016년 506억 달러에서 2025년 3944억 달러로 연평균 25.6%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전체 치료제 중 성체 줄기세포가 69%,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14%, 배아 줄기세포가 13%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서는 차바이오텍이 유일하게 배아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으며, 메디포스트와 강스템바이오텍은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코아스템과 파미셀은 골수 유래 줄기세포, 안트로젠은 지방 유래 줄기세포 개발에 특화돼 있다.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개발은 매년 속도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건부 허가 신청한 파미셀의 '셀그램-리버'는 임상 2상 완료 후 허가 신청해 조만간 국내서 허가받은 다섯번째 줄기세포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14년 네번째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이후 4년간의 공백을 깨고 신제품의 허가가 이뤄지면서 개발도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의 구속으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신뢰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관계자는 "라정찬 대표는 네이처셀 이전에 알앤엘바이오라는 기업을 창립하고 주가를 급등시킨 이후 미흡한 임상 데이터로 허가를 받지 못해 기업이 상장폐지됐던 전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며 "이번 라정찬 대표의 구속은 개인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라 대표는 알앤엘바이오 회장으로 있던 2013년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약사법,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2015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 10월에는 기업평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회사에 1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네이처셀 사태로 줄기세포치료제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한 기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술이 피해를 봐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