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턴·지방이전 기업 인센티브 확대… 체감도 낮아재계 40번 요청한 '규제개혁' 하세월… 국회 문턱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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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올해 신규 일자리를 18만명으로 예상했다. 불과 지난해 말 경제운용계획발표에서 올해 신규 일자리를 32만명으로 내다봤던 것에 비하면 참혹한 규모다.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청와대 내 일자리 상황판을 만드는 등 일자리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일자리를 위해 쏟은 예산만 37조1000억원이다.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본예산, 일자리 안정자금까지 퍼부었으나 돌아온 것은 '고용참사'다.정부가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일자리 확대와 내수활성화을 위한 근로장려금 및 기업 투자책을 내놨으나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재계가 수십차례 요구해온 규제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빠진데다, 투자유치 제도 개편 역시 기업이 체감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유치 제도 개편… 기업 체감도 낮아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어려움 해소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지난 9일에는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한국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의 친노동, 반재벌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기대됐다.이러한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갔다.정부의 투자 유인책은 현장과는 거리감이 컸다. 정부는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과 지방이전 기업에게는 투자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외국인에 한정해 특혜를 줬던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없애기로 했다.이미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기업을 세제혜택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가뜩이나 설비, 투자, 고용, 수출 등 온갖 경제활동과 관련한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무엇하나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중견 제조사 대표 A씨는 "업종에 관계없이 올해도 최저임금이 10% 넘게 오르면서 기존 수익률로는 경영활동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내부적으로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거나, 납품 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세제혜택 만으로 대기업의 국내이전 요인은 안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말로만 규제개혁… 국회 문턱 넘어야 가능기업들은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요청하기 이전에 먼저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규제개혁이 있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우리 경제가 폐쇄적인 규제환경, 경제의 편중화, 한계에 이른 제조업 일자리 창출력, 진입로 막힌 서비스업, 종시기업의 낮은 경쟁력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또 "이에 대한 근본 처방없이는 소모적인 논란만 생겨나고 경제는 내리막길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박 회장은 지난달에도 "거의 40번 가깝게 규제개혁 과제를 말씀드렸지만 아직 상당수가 해결이 안되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정부는 내달 중으로 규제개혁방안을 마련해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경제정책발표에서는 규제샌드박스법 등 혁신성장 및 규제혁신 관련 입법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이다. 세부적으로 어느 분야의 규제를 어떤 수위로 조절할 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가뜩이나 입법 추진도 녹록지 않다. 법 개정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처리가 될 수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가 새로 구성되면서 여야 간 논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전망을 일기예보하듯 하면 안된다. 정책 의지가 담겨야 한다"면서 "이번 정부 발표에서 기업 투자 부분은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조 교수는 "높은 법인세, 촘촘한 규제 그물망, 전투적인 노조, 고비용구조까지 어떻게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투자는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다리다.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