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혐의 관련 주식 취득 시기 공방검찰 "배당급 지급일" vs 변호인 "명의개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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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백화점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총괄부사장으로 임명된 것도 몰랐고, 백화점 업무만 담당했다"며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25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신 전 이사장 측이 신청한 증인 신문과 함께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 전 이사장, 서미경씨를 대상으로 조세포탈 및 주식 고가 매도 혐의에 관한 심리가 진행됐다. 신 명예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신 전 이사장 측은 배임 혐의 범행의 의사결정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한 것으로, 신 이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시 신 이사장의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이라는 직함은 예우 차원이지 직무권한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날 직접 해명에 나선 신 전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이 사장 직함은 책임질 것이 많기 때문에 여자로서는 담당하기 힘들다고 해 부사장으로 계속 있었다"며 "이후 제 밑에 있던 분들이 사장이 되니까 저를 저버리기 죄송하다며 부사장 앞에 '총괄'을 붙여서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와 함께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받아 운영하면서 롯데에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1심은 신 전 이사장과 서미경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가족이나 친인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저렴한 임대수수료를 약정하고 수의계약을 하는 등의 행위는 롯데쇼핑을 위한 경영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신 전 이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 검찰은 "총괄부사장을 대우해 주기 위해서는 중요 사항을 모두 결재라인에 넣어서 보고해야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속보다 직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신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각 사업부가 롯데쇼핑 법인 아래 있지만, 백화점과 시네마 등 각 사업부는 사실상 독립된 법인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른 사업부에 관여하는건 월권 행위에 해당된다"고 맞섰다.
증인으로 출석한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 역시 "신 전 이사장은 롯데쇼핑의 총괄부사장이 아니라 백화점 총괄부사장으로 발령난 것"이라며 "전자 결재 시스템을 보면, 백화점 사업부 외에는 '신영자'라는 이름은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고령과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청구한 세번째 보석신청을 혐의가 무겁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재판부는 경영비리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세포탈과 주식고가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검찰 측은 신 명예회장이 2006년 해외 특수목적법인 및 다단계 출자구조를 이용해 신 전 이사장과 서씨에게 차명주식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1심에서는 신 전 이사장의 경우, 증여세 포탈 행위가 명의개서일인 2006년 3월31일로부터 10년 이후라 공소시효 기간이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서씨에 대해서도 증여재산이 일본에 있는 주식인데, 서 씨가 국내 비거주자에 해당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검찰 측은 "당사자가 신고하고 과세당국이 받아들이면 증여재산 취득 시기에 대한 다툼이 없는데, 이런 경우는 당사자가 신고를 안 한 경우"라며 "배당금 지급일을 가장 명확한 주식 취득시기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신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주식 취득 시기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며 "명의개서를 통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취득한 시점이 명확한데도 배당급 지급일을 주식 취득 시기로 봐야한다는 해석 자체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또 서씨 측은 검찰 측이 국내 체류일수가 국내 비거주자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하자 "당시 1년 동안 한국 체류일수가 46일에 달할 정도로 적었다"며 일본에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온 것으로 봤을 때,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주식 고가 매도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 명예회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도 손해 발생에 근거가 명백하지 않다며 검찰 측 주장을 지적했다.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상속세및 증여법(상증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며 "롯데그룹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확보되는 상황에서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내부적으로 투자를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신 명예회장이 2009년 부산 롯데호텔 등 비상장 주식을 롯데제과, 호텔롯데, KP케미칼(現 롯데케미칼) 3개 계열사에 매도 당시, 별도의 검토와 절차 없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상 매매 금액의 30% 비용의 경영 프리미엄을 가산해 매수하게 함으로써 손해를 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 10시 10분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신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혐의 관련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