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경쟁치열·브랜드 노후화 화장품 소비 트렌드 급변에 실적부진해외진출·투자 통해 제길 살길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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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름잡던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까지 겹치면서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업계에선 계속되는 로드숍의 침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문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노후화·불황에…성장 둔화
9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596억원,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1% 증가했다. 핵심 브랜드로써 매년 20~30%의 폭풍성장하던 것에 비하면 성장이 다소 둔화됐다는 평가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는 매출액 성장률 4%를 기록하는 데 그쳤는데, 중국에서 출점 성장 둔화로 약 10% 내외의 성장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사업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전 중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의 매출 572억원으로 2% 감소했으며 적자도 61억원으로 늘었다. 에뛰드는 국내 매장 정리와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2분기 매출은 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고 5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지난해 밝힌 유상 증자 투자 계획에 따라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및 BI 재정립 등을 위한 지급 수수료 등 비용이 증가했고,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 개발비 및 광고 선전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 폭이 1분기 19%에서 2분기 9.96%로 줄어든 점과 전 분기 보다 16% 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은 추후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지표"라고 평가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업체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잇츠스킨·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 등 1분기 실적이 10~30% 감소한 바 있다.
화장품 브랜드숍은 2012년 이후 국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된데다 브랜드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8개 화장품 브랜드숍 합산 매출은 2014년 2조2270억원, 2015년 2조3490억원, 2016년 2조4720억원으로 연간 성장 폭이 5%에 내외에 그쳤다.
더욱이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숍이 아닌 H&B 스토어로 이동한 것도 한몫한다. 최근 드럭스토어가 새로운 유통망으로 주목받으면서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불확실성에 대한 면세채널의 적극적인 방어 전략 부재와 H&B 스토어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와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화장품 브랜드숍의 경쟁력 약화되고 있다"면서 "히트상품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정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기를 기회로" 살길 찾아 안간힘
이처럼 화장품 브랜드숍 경영 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업체들은 살길을 찾아 나섰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6월 호주 멜버른에 1호 매장을 열었다. 호주 1호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에뛰드도 올해 메이크업 브랜드 중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하며 중동 시장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장품 신시장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300억대 투자 유치 바탕으로 미샤·어퓨 등 기존 노후화 매장 리뉴얼과 신규 브랜드 출시, 연구개발(R&D) 등 2년 동안 회사 새 단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신사업 TF팀을 가동했다. 그동안 가성비 등을 내세운 회사의 이미지를 벗고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H&B스토어 입점 등을 고심하고 있다.
'달팽이 크림'으로 유명한 잇츠한불은 최근 색조화장품 전문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안느를 인수했다. 스킨케어 등 기초제품에 편중된 잇츠한불의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화장품, 코리아나화장품 등 80~90년대 시장을 주름잡던 1세대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멀어졌었다"면서 "화장품 브랜드숍은 이와 같은 걸음을 걷지 않기 위해 혁신과 다양한 시도 등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