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상승에 소비 심리 '꽁꽁'… 국내 식용유 업체 "당장 가격 인상 검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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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수출 1위국'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가뭄으로 전세계 콩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국내 식용유 가격에도 여파를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올해 가뭄으로 인해 콩(대두) 생산량이 약 4000만톤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약 5500만톤에 이르던 생산량이 1500만톤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두 식품 수출국으로 국제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브라질 등 콩을 생산하는 국가들의 연쇄적인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가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 수입해 자국 내 대두 수요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해표가 발표한 대두 수입 원가는 지난해 톤당 422달러(한화 약 47만7000원)로, 2016년(404달러)에 비해 4.45% 올랐다.
국내 식용유 업체들은 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대두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대두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국내 식용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앞서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홍수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올렸다. 7~9% 수준으로 가격을 올려 당시 18L 기준 2만4000원 수준이던 식용유 도매 가격이 최대 2만7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당시에도 가정용 식용유는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식품 필수 품목으로 고정 수요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용유의 소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1.8L 당 4900~5900원 수준이다. 가정과 업소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식용유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의 체감 물가 상승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식용유 제조 업체들은 국제 콩 가격 변동이 당장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용유 시장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선물거래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정 기간 동안 거래량을 확보해놓은 상황이어서 당장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 가격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만약 계속 오른다면 향후에는 가격 변동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조해표 관계자는 "식용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아직 국제물가가 체감할 단계가 아니어서 가격 인상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식용유 시장은 CJ제일제당, 사조해표, 오뚜기, 대상, 동원 등 시장 참가자가 많은 경쟁시장이다. 이 때문에 섣불리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실제 식용유 가격은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큰 가격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식용유 시장은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이 32%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2위 사조해표가 23%, 오뚜기와 대상이 12%, 동원이 1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가격인상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원가만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없는데다, 식용유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