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카풀 반대' 분신사고… 지난달 이어 두번째택시업계 거친 반발에 정부, 카카오 카풀 해법 마련 난관'카카오T' 보이콧 여전… '4차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 카카오의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카풀 도입 반대 차원의 택시기사 분신사고가 또 다시 발생함에 따라, 정부·카카오의 카풀 해법 마련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각에선 그간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카카오T'의 이용률 급감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경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택시기사 임모(65)씨가 카카오 카풀 도입에 반대하는 취지의 분신을 시도했다.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임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달 10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의 택시기사 분신 사망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여만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측은 임씨의 차량에서 유류 용기가 발견된 점과 함께 임씨가 동료들에게 녹음 파일 형식의 유서를 남긴 점을 들어 스스로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회장은 "(임씨의) 유서에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택시업에 대한 어려움 등 내용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유서 공개 여부는 유족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비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카카오의 안일한 시각과 행동이 결국 또 다른 안타까운 사고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번 사고로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투쟁 의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며 조속히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사고로 인해 카풀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분신사고 발생 이후 카카오 측은 카풀의 정식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지만, 현재 진행 중인 베타 서비스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상태다.

    지난달 28일 열린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간담회에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현재 정식 서비스도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타 서비스까지 중단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대화의 취지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측은 택시업계와 상생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기구 출범 및 토론회 등이 잇따라 무산되는 동시에 분신사고까지 겹치면서 정식 출시에 또 다시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또 다른 대규모 집회 및 충돌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10월 1차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11월, 1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카풀 반대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3차 집회 이후 택시업계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 등을 의식, 추후 집회 개최를 최대한 자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번 사고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카카오T 이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현재 카카오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T 택시 기사 수는 23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같은해 9월의 경우 22만명 수준이었던 점에 비출 때 카풀 논란 속에서도 이용률은 소폭 상승한 모습이다.

    가입자 수 역시 2000만명을 넘어서는 만큼 업계 내 카카오T 호출 거부 운동에도 불구 이용률이 높은 상황이지만, 카카오T에 대한 보이콧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실제 이용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고를 통해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생존권 사수를 위한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카풀 문제 해법 마련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