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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이 최근 가맹점주 간의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속적으로 bhc 가맹본부의 문제를 지적해온 '전국BHC가맹점협의회'가 가맹점주 대표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새 가맹점협의회를 공식 발족하며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앞서 본사 주도의 '동행위원회'와 별개로 '가맹점주협의회'가 생겨 가맹점주 단체가 나눠진 BBQ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형제회사였던 두 회사의 끈질긴 악연은 가맹점주 간의 갈등까지도 '평행이론'을 달리게 됐다.
지난 11일 오전 진정호 회장을 대표로 하는 bhc가맹점협의회가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가맹점주간 갈등이 발생했다. 기존 bhc가맹점협의회와 별개로 새로운 가맹점협의회가 공식 발족한 바로 다음날이다.
bhc가맹점협의회와 가맹본부의 갈등은 지난해 초부터 깊어졌다.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온 협의회는 최근에는 본사가 협의회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고 냉동닭을 공급했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
이에 대해 bhc 본사는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며 "점주협의회를 가장해 기업을 악의적으로 폄하하는 진정호 및 일부 가맹점주에 대해 사법기관을 통해 강력히 대응 하도록 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bhc 본사는 지난 10일 새로운 가맹점협의회를 공식 발족한다고 밝혔다. 진 회장을 대표로 하는 기존 협의회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날인 11일 협의회는 bhc 본사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의회는 "그동안 본사와 상생협의를 통해 점주와 고객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지만, 본사는 협의에 의지가 없고 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보복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제기한 점주들에게 특별한 이유없이 본사가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보복조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이 자리에 있던 또 다른 가맹점주들이 회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며 현장에서 소동이 발생했다. 이들은 해당 회견에 대해 "다른 점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 회견에 동의한 적 없다"고 항의했다.
bhc 내 가맹점주 단체가 분열된 후 갈등이 처음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이로써 본격화된 bhc '집안싸움'의 봉합 가능성은 당분간 불투명해졌다.
bhc 이전에 이미 가맹점주 간 갈등을 겪은 업체가 있다. bhc와 형제회사였던 제너시스BBQ그룹의 BBQ다. BBQ의 가맹점주들은 지난 1월 본사 주도로 구성된 '동반행복위원회(동행위)' 운영이 가맹점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며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를 발족했다. -
협의회는 '가맹계약 갱신요구건 10년 제한'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bhc 가맹점주협의회 역시 동일하게 본사에 요구해온 사항이다.
BBQ와 bhc는 각각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등 고유 기름을 내세워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 역시 닮았다. 최근에는 사이드메뉴인 'bhc 치즈볼'에 이어 BBQ가 '크림치즈볼'을 출시하기도 했다.
bhc는 윤홍근 BBQ 회장이 2004년 ‘별하나치킨’을 인수해 키워낸 브랜드다. 하지만 지난 2013년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매각하며 양사의 악연은 시작됐다.
매각 당시 매장 수 부풀리기 의혹에 이어 '물류센터'를 공유하며 불거진 회사 기밀 유출 문제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양사는 서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왔다. 양사의 소송 다툼 규모는 민사소송만 무려 8건에 달하고, 소송가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한솥밥 식구'였지만 지금은 업계 2,3위를 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BBQ와 bhc가 가맹점주간 '집안싸움'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업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의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가맹점주 간 문제"라며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 상당히 힘들기 때문인데, 외부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어왔던 두 업체가 이번에는 나란히 내부 갈등에 휩싸여 있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현명하게 내부 갈등을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