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우수한 가속능력 일품고속주행에도 안정감 잃지 않아… 정숙성도 뛰어나큰 차체로 주차 불편 및 문콕 불안감은 감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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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을 대표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자동차에 관심을 크게 갖지 않는 이라면 에스컬레이드의 이름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어디선가 봤던 차량이라는 느낌은 가져봤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국가 원수의 차량 뒤에 붙어서 경호하는 차량이 바로 에스컬레이드이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드는 도로 위에 나타나면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장 5미터, 전고 2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크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쏠린다. 가격으로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존재감만으로는 레인지로버, 벤츠 G바겐, 벤틀리 벤테이가를 넘어선다.

    에스컬레이드는 그동안 투박하다는 평이 많았다. 1억원이 넘어가는 가격에도 다소 떨어지는 편의사양과 시대에 뒤쳐진 내부 디자인이 이런 평가를 받게 했다.

    캐딜락이 지난 2월 새로이 선보인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기존의 단점을 극복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고급트림으로 나온 플래티넘 모델은 전동식 사이드스텝을 기본 적용하는 등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크게 수용했다.

    최근 에스컬레이드를 서울에서 경남 거제도까지 왕복 700km를 시승하며, 이 차량의 다양한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시승 차량은 2019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모델이다. 6.2리터 에코텍3 V8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져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6.8km이며, 가격은 1억3817만원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첫 인상은 두말 할 필요없이 '크다'이다. 그냥 큰게 아니라 지금껏 봐온 대형 SUV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차체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180mm, 2045mm, 1900mm에 휠베이스 2946mm이다. 5미터가 넘는 전장과 2미터가 넘는 전폭에 운전에 익숙한 기자도 저 덩치를 잘 몰수 있을까란 걱정이 살짝 들었다.

    전면부는 캐딜락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직형 LED 헤드램프가 곧게 뻗은 후미등과 조화를 이뤄,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정중앙에 큼지막하게 디자인된 라디에이터그릴은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을 한결 더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실내는 차량 크기에 맞먹는 광활한 공간이 먼저 눈에 띈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는 커다란 센터 콘솔이 자리하고 있어, 동승자와 거리감마저 느껴진다. 이 센터 콘솔은 장거리 주행 시 매우 유용하다. 생수병 6병을 넣어도 넉넉하며, 냉장고와 같은 쿨러기능도 들어있다.

    센터 콘솔 위는 무선충전 기능이 탑재돼 있다. 센터에 위치한 까닭에 충전의 용이성은 뛰어나지만, 콘솔을 여닫을 때 휴대폰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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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7인승이다. 2열은 두 좌석만 있으며 중간이 뚤려있는 형태다. 그 중간 사이로 3열을 오갈 수 있다.

    3열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성인 3명이 타기엔 다소 무리지만, 중고등학생 정도는 태우고 장시간 주행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열에는 모니터 3개를 장착해 동승자들 각각 본인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도록 배려했다. 이어폰을 꽂을 수도 있어 서로간에 간섭받는 일은 없다.  

    에스컬레이드의 가장 차별화된 점을 꼽으라 하면 운전석 스티어링휠 우측에 있는 컬럼식 기어레버를 들 수 있다. 태생이 픽업트럭 기반인지라 기어 역시 여전히 사이드 기어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출발을 위해 시동을 켰다. 큰 덩치에 어울리는 엔진음이 움직일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첫 가속느낌은 다소 더디다. 넉넉하게 밟지 않으면 잘 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괜찮은 편이다. 큰 덩치로 인한 운전의 불안감은 처음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씻겨져 나간다.

    핸들링은 예상했던 것보단 가볍다. 크기만 보고 묵직한 픽업트럭을 떠올린 기자의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다. 브레이킹은 다소 느슨하다. 꾹 밟지 않으면 밀릴 수 있겠단 걱정도 살짝 든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봤다. 426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힘이 발 끝에서부터 전해져 온다. 첫 출발은 다소 더디지만, 가속페달을 꾹 밟는 순간 성난 황소처럼 돌변한다.

    하단에서 웅웅하며 전해지는 엔진음은 주행묘미를 배가시킨다. 밟기 시작한 순간,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는 속도계를 보고 있자니 2.6톤에 달하는 무게는 잊은지 오래다.

    고속주행에도 정숙성과 안정감은 매우 우수하다. 이 때문일까. 고속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동승자들이 속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현재 주행속도를 알려주니 동승자가 '정말이냐' 반문하는 것도, 에스컬레이드에선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차량 문을 열고 내려올땐 전동식 사이드스텝이 편안한 하차를 도운다. 물론 탑승할 때도 사이드스텝이 펼쳐지는 것은 똑같다.

    전후측방 카메라를 적용해 편안한 주차를 지원한다지만 큰 덩치 탓에 오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날때나 넉넉하지 못한 주차공간에 차를 댈 때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걸 감안하고서도 플래티넘 대형 SUV를 원한다면,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도로 위 존재감만으로 고객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대형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