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당일 밤 새고 땡볕서 수백명 대기브라이언 CEO "매우 영광… 2호점도 관심 부탁"한국, 일본 이어 두번째 해외 진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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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에 대기 인파가 늘어서 있다. ⓒ정상윤 기자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 블루보틀의 한국 1호점이 오픈했다. 일본에 이어 두번째 해외시장인 한국인만큼 1호점오픈을 앞두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붉은 벽돌로 오픈 전부터 성수동의 '랜드마크' 자리를 점찍어둔 한국 블루보틀 1호점을 다녀왔다.
3일 오전 7시 10분께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에는 이미 50여명의 대기인원이 형성돼 있었다. 평일인 금요일인데다 8시 오픈까지 한시간 가량 남아있었지만 대기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블루보틀은 2002년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커피브랜드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알려졌다.
10분 정도 지나자 직원들이 나와 줄을 정비했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줄을 대신 서는 경우가 생기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지도 진행됐다. 줄은 7시 30분을 넘기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오픈 시각이 가까워지자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와 제임스 프리먼 창업자는 매장밖으로 나와 고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창업자, 브라이언 CEO는 1호점의 첫 손님인 이모씨(23)와 함께 사진을 찍은 후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곳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이 씨는 "오전 12시 20분쯤 도착했다"며 "블루보틀에 가본 적은 없고, 다양한 커피 종류를 먹어보기 위해서 오게 됐다"고 전했다. -
브라이언 CEO는 또 고객들의 사진 요청과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했다. 한 고객이 "왜 한국에 매장을 오픈한 것이냐"고 묻자 "왜 안되나요?(Why not?)"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 3일 오전 8시 블루보틀 1호점의 오픈 시각이 다가오자 대기 인원은 빠르게 늘어났다. ⓒ정상윤 기자
브라이언 CEO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블루보틀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사랑과 열정에 놀라곤 한다"며 "드디어 가까이에서 한국 고객들에게 선보여 기쁘다"고 전했다.
일본 스케마타 아키텍트(Schemata Architects)의 조 나가사카(Jo Nagasaka)가 직접 설계한 블루보틀 성수점은 자연광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블루보틀의 공간 철학이 잘 반영됐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개방형 아트리움을 통해 외부에서도 누구나 블루보틀의 로스터리를 볼 수 있다.
외국인 친구 나나(30)씨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다애(28)씨는 "블루보틀 일본 1호점이 오픈했을 때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 때도 사람이 많았다"며 "한국 블루보틀은 일본 매장보다 더 한국적인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나나씨도 "조금 더 브루클린 느낌이 나는 일본의 블루보틀 매장과 달리 한국 매장은 붉은 벽돌도 그렇고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새벽 6시쯤 도착했다는 탁우령(24)씨 역시 "확실히 '뉴트로' 같은 최근 트렌드에 맞춘 외관"이라며 "근방에 트렌디한 카페들이 인기를 얻으면 6개월간은 줄을 길게 늘어섰는데 블루보틀은 1년쯤은 긴 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CEO는 대기인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매우 영광스럽다(honor)"고 답하며, "2호점인 삼청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로스터리와 바리스타 교육 및 시음회가 진행되는 트레이닝 랩을 갖추고 있다. 블루보틀은 성수점에 이어 삼청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두 개 지점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오픈 시간을 넘기자 대기 인파는 200여명 가량을 빠르게 넘겼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오전 11시 기준 300~400여명으로 늘어났다. 예상 대기 시간은 4시간 이상이다. 이날 낮 기준 서울의 최고 기온은 26도 가량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늘도 없는 건물 앞에서 대기인원들의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쉐이크쉑 한국 1호점 오픈 당시 긴 대기인원에게 양우산을 무료로 제공했던 것과 대조되는 형태다. 대기 줄 근처 곳곳에 블루 계열의 셔츠를 입은 블루보틀 직원들이 서 있었지만 간간이 줄을 정비하는 것 외에는 따로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은 없었다.
한국은 블루보틀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진출하게 되는 해외 시장이다. 블루보틀이 아시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의 카페 시장은 스타벅스의 폭발적인 성장와 더불어, 이디야커피, 빽다방 등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커피숍이 인기를 끌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른 커피를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희은 서비스&유통 부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블루보틀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일본에만 진출할 정도로 해외 진출에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한국 진출로 블루보틀의 글로벌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보여진다"며 "미국이나 일본 여행시 한국인들이 꼭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꼽힐 만큼 이미 브랜드 인지도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잘 성립돼 있어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을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스타벅스 리저브, 할리스 스페셜티 커피 등 기존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경쟁업체들이 점점 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초반의 폭발적인 관심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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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한국 매장의 가격대는 미국과 일본과 비교해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블루보틀 대표 메뉴인 '뉴올리언스'의 가격은 5800원, 카페라떼는 6100원이다. 미국에선 두 음료 모두 4.35달러(한화 5046원·부가가치세 8.75% 포함), 일본에서는 각각 540엔, 561엔(한화 5616원, 5834원·부가가치세 8% 포함)과 비교해 소폭 높다.
- ▲ 서울 성동구 성수동 블루보틀 1호점 오픈 첫날 모습. ⓒ정상윤 기자
블루보틀 철학인 '느림의 미학'이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변수다. 블루보틀은 손님이 주문을 하면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슬로우 커피'가 특징이다. 이 커피의 제조 시간은 12분 가량이다. 이 때문에 오픈 첫날 오전에 매장 내부에서 역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백명의 대기 인파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블루보틀은 엄선된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 아이스 커피, 에스프레소 음료 등 맛있는 커피를 위한 메뉴와 국내 파티시에 메종엠모(Maison MO)와 협업으로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페이스트리 메뉴를 제공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