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동빈을 선처해달라”… 신동주의 때늦은 탄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상고심 선고를 앞둔 신동빈 회장 등 가족들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형제의 난을 촉발시킨 뒤 지리한 송사를 벌여놓은 당사자의 때늦은 ‘뒷북탄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대법원 제3부에 탄원서 3건을 제출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재판 관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15일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탄원서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가족들의 무고함을 알리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이 탄원서를 낸 재판은 본인을 포함해 롯데 전·현직 관계자 9명이 받고 있는 상고심이다. 탄원서 관련법령에 따르면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은 본인의 무고함을 직접 탄원할 수 있다. 또 같이 재판을 받는 다른 피고인을 위해서도 탄원서를 작성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금출연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 신영자 전 이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공짜급여’ 혐의를 받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본인과 관련된 혐의를 중심으로 탄원서를 제출해 가족들의 억울함을 호소,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탄원서 내용과 제출 배경에 관해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 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탄원서 제출 시점을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포기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신동빈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들의 만남은 52년 롯데그룹 역사상 ‘최대업적’으로 꼽히는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 공장 준공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을 ‘훌륭한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신동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졌다. 신 회장의 위상은 현재 어느 때보다 높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개입 여지는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그는 다음달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다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건을 제출할 것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이라 사실상 뜻을 이룰 수 없자 태세전환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서 수차례 편지를 보내면서 가족 간의 얘기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등 그 동기를 의심하게 하곤 했다”며 “철지난 탄원서 제출 이면에 어떤 속내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