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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예적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품들이 속출해 고객잡기를 위해 각 회사들이 사업을 재정비하거나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확정급여형(DB)의 기본 수수료율 인하와 DB/확정기여형(DC)의 장기할인율을 상향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일 예정이다.
먼저 DB 기본 수수료는 금액구간을 세분화하고 새로운 수수료율을 신설했다.
기존 수수료율 대비 인하폭은 금액구간에 따라 최대 30%로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50억원 미만부터 3000억원 이상까지 금액구간을 10개로 구분해 수수료율을 차등한다.
적립금 규모에 따라 금액구간별 수수료율이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를 고려해 100억 미만의 수수료율 인하폭을 상대적으로 크게 함으로써, 모든 가입법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 퇴직연금 장기가입자를 위한 장기할인율도 최대 5%p 상향해 할인혜택을 확대한다.
가입 기간에 따른 기본 수수료 할인율은 2~4년차 10%, 5~10년차 12%, 11년차 이상 15%로 DB는 물론 확정기여형(DC)에도 적용돼 개인고객의 비용절감과 수익률 개선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지주 차원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금융과 KB금융그룹이 퇴직연금 관련 계열사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꾀하고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수수료를 낮춰 대대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단위로 편제된 퇴직연금 사업을 그룹 관점의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 개편한다.
은행·증권(금융투자)·생명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퇴직연금 조직을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 사업 부문으로 통합한 것이다.
수수료 체계도 개편해 5~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고객에게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한다.
퇴직연금의 특성인 장기 가입 고객을 잡아두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 20~30대 신규 고객에 대해서도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할인도 제공한다.
KB금융도 그룹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연금본부를 신설하고 은행·증권·손해보험에 연금기획부를 둬 지주 내 퇴직연금 프로세스를 표준화한다.
이처럼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편하고 재도약에 나서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은 명확한 반면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객들을 끌어들일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 등으로 향후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을 기록해 2017년 168조4000억원 대비 21조6000억원(12.8%) 늘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최고의 수익 모델이다.
한번 가입하면 보통 20~30년 동안 매달 가입자가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납부하고, 회사는 연간 0.4~0.6%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러나 수익률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최근 5년 간 국내 금융권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이며 은행의 예적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낮은 수익률로는 진입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거나 금융지주 차원의 체계 개편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10인 이상 30인 이하 사업장도 퇴직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되고 2022년부터는 10인 미만 사업장도 퇴직연금을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만큼 갈수록 커지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금융회사가 영업력을 기반으로 기업의 퇴직연금사업을 수주했다면 앞으로는 수익률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실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당면한 과제로, 자산운용 역량이 뛰어난 금융회사가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기 때문에 각 금융사들이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