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 IT 수요 부진 영향 주춤'PLP 매각 효과'… 채무 상환 등 재무상황 큰 폭 개선
  •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지난해 삼성전기에 최대 실적을 안겨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와 IT 기기의 시황 둔화 등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2분기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패널레벨패키지(PLP) 매각 효과에 힘입어 부채를 대거 탕감하면서 재무상태는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 2분기 매출 1조9577억원, 영업이익 1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8% 감소한 수치다.

    모듈사업부과 기판사업부는 기대치 만큼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MLCC의 판가 하락으로 컴포넌트사업부가 주춤하면서 전사 실적의 부진을 부추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모듈사업부와 기판사업부는 각각 올 2분기 매출 8112억원, 34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 16% 증가한 반면 컴포넌트사업부는 이 기간 10% 감소한 7816억원에 그쳤다.

    삼성전기 측은 최근 진행한 2019년도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MLCC 시장은 글로벌 거시경제 부진 지속 등으로 고객 재고소진이 당초 예상 대비 지연됨에 따라 IT분야에서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됐다"며 "전장용은 수요 증가에 대응한 판매 확대를 추진했지만, IT용 고사양품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분기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계절적 비수기 속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2분기 MLCC 가동률은 전분기 대비 하락한 70% 수준에 불과했다. 이 기간 생산량 조정을 통해 재고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60일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MLCC의 부진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상당액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재무건전성은 강화된 모습이다.

    올 상반기 기준 총 부채는 3조391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6870억원에 비해 8% 줄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8%p 감소한 63%를 기록했다.

    이 중 총 차입금은 2조1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6492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이 기간 순차입금은 2조1160억원에서 9964억원으로 32% 줄었다. 순차입금 비중은 47%에서 19%로, 28%p 급감했으며 자기자본비율은 55%에서 61%로 상승했다.

    부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유동자산은 1조원 이상 급증하면서 유동비율은 76%p 급증한 174%에 달했다.

    삼성전기의 재무상황이 개선된 요인은 PLP 매각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달 1일자로 PLP 사업을 삼성전자 DS 부문에 양도했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데 필요했던 인쇄회로기판(PCB) 없이도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오랜 기간 공들인 사업이지만 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투자 부담까지 생기면서 결국 매각을 추진했다. PLP는 7850억원에 양도됐으며 이 중 상당액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면서 전반적인 재무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또 PLP 매각 차익 3625억원이 중단사업이익으로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133% 급증한 306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굳건해진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전장과 5G 시장 등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면서 업계 불황을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와 5G 등 기술 변화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채용 증가로 패키지 기판 수요증가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차별화 기술개발, 제품·거래선 다변화로 매출 확대 및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