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재팬 이어 중동발 저가 공세… 항공업계, 한-UAE 항공회담 앞두고 '우려'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 여행감소에 이어 중동발 저가항공 공세로 인해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중동노선 증편은 곧 유럽노선 환승 수요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유럽을 운항 중인 국내 항공사들의 간접피해가 우려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8일 한국과 UAE 항공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중동항공사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천~두바이·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두바이 노선은 에미레이트항공이 운항중이며, 인천~아부다비 노선은 에티하드항공이 주 7회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에 주 7회 운항 중이다.

업계는 이번 항공회담에서 중동 항공사들이 이들 노선에 대해 주 7회 증편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중동 노선 확대를 경계하는 것은 중동노선 대부분이 중동 여행보다는 유럽 환승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항공사들의 노선 증편 요구 이면에는 중동을 경유하는 유럽 환승객들을 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며 "한국에서 출발하는 중동항공사 탑승객의 70~80%가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이다"고 설명했다.

중동항공사들은 막대한 국가 지원금을 받아 저가에 항공권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 항공산업을 교란시키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 중간지역에 위치해 있어 환승수요가 상당하다. 

앞서 미국 항공업계는 카타르·UAE 등 중동 국가들이 지난 2004년 이후부터 자국 항공사에 무이자 대출, 공항세 보조금 등으로 약 520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운항중인 중동노선의 경우 외항사들 점유율이 8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노선 항공사별 점유율은 에미레이트항공 35.6%, 카타르항공 25.6%, 에티하드 항공 19.9%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18.9%에 그쳤다.

이번 UAE 항공회담에서 중동항공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항공업계 유럽 노선 적자가 확대돼 직항 노선이 축소·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는 노선 1개당 최대 15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에서는 중동항공사 공세로 인해 2010년 이후 연관 일자리가 8만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유럽,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는 이미 중동항공사들의 저가 공세로 노선이 잠식 당하며 소비자들이 직항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환승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을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살리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