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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관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전상현 기자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간 인수합병(M&A)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CJ헬로의 알뜰폰이 업계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를 추진 중인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부문도 인수 대상에 같이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T, KT 등 경쟁사들은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흐름 속에서 알뜰폰사업이 이통사간 이권다툼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와 KT의 경우 LG유플러스가 CJ헬로릐 알뜰폰사업을 함께 인수하게 될 경우 78만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독행기업' 소멸로 인한 경쟁감소로 알뜰폰 산업 자체가 쇠락할 수 있다면서 분리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독행기업이란 시장 내 혁신을 일으켜 이통3사 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뜻한다.
CJ헬로는 알뜰폰 가입자 1위(78만명) 헬로모바일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 계열 SK텔링크(73만명), KT 계열 KT엠모바일(72만명), LG유플러스 계열 미디어로그(30만명)가 그 뒤를 잇고 있다.
KT 관계자는 "CJ헬로는 알뜰폰 최초 LTE서비스 제공, 반값요금제 출시 등 혁신적 노력을 통한 독행기업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는 독행기업 소멸로 인한 경쟁감소는 물론, 대표사업자 상실로 인한 알뜰폰 산업 쇠락 및 활성화 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SKT 역시 "헬로모바일이 사라진다면 시장 경쟁을 촉진하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LG유플러스는 3년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SK텔레콤·CJ헬로 기업결합 심사시 독행기업이 이통사에 인수되는 것 자체만으로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사 모두 당시와 시장상황이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CJ헬로 알뜰폰을 이통사가 인수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합병이 아닌 인수를 택하면서 기존 CJ헬로 사업권은 그대로 유지, 공식적으론 2개의 알뜰폰 업체를 보유하게 된다. SK텔레콤과 KT는 1개 통신사업자가 알뜰폰 사업자 두 곳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과거 공정위 행정지도에도 저촉된다는 주장이다.
CJ헬로가 SK텔레콤과 KT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일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사업권을 인수하게되면 양사는 자사 망을 쓰는 사용자를 그대로 내주게 된다. CJ헬로 알뜰폰 가입자 78만명 중 KT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67만명, SK텔레콤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11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또한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LG유플러스가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J헬로가 본인들의 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관련 혜택을 모두 LG유플러스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 ▲ ⓒ뉴데일리DB
이와 달리 LGU+측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CJ헬로가 독행 기업이 아닌 만큼 오히려 인수를 통해 시장 활성화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내외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해당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추이와 점유율 등을 독행기업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아 왔다"며 "특히 해당 기업이 경쟁을 주도해 일정 기간 동안 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했거나 장기간 일정 점유율을 지속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만 독행기업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CJ헬로는 2013년 약 24%였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알뜰폰 매출액 증가율 역시 2015년 27%를 상회하다 2016년부터 급격히 감소, 지난해는 역성장(마이너스)을 기록했다. 이를 고려하면 CJ헬로를 현재 독행기업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업자가 복수의 알뜰폰 회사 운영을 전혀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공정위의 과거 판단은 행정지도 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알뜰폰 활성 국가에서는 타사 망을 이용하는 사례는 흔히 발생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일본의 알뜰폰 사업자인 '와이모바일'은 최초 제4이통사였지만 알뜰폰으로 전환 후 NTT도코망과 소프트뱅크 두 회사의 망을 사용 중이다. 라인모바일 역시 현재 두 회사의 망을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의 반대 뒷배경에는 M&A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은폐',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두려워' 트집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알뜰폰 정책을 언급하며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티브로드를 흡수·합병시 추정되는 시장지배력 전이 및 방송의 공적 책임 훼손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경쟁사들이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하는 막연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뜰폰 도입 초기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2011년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된 바 있다"면서 "그동안 KT와 함께 알뜰폰 가입자 번호이동시 더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꼼수영업을 통해 가입자를 빼앗아 갔는데, 알뜰폰을 장려하고 위하는 듯한 주장은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CJ헬로 인수를 앞두고 이통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결합심사의 최종 결정권자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지명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 인수와 관련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조 후보자에게 '포스트 김상조', '김상조 시즌2' 등의 별칭이 붙여지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거스르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면서 "올초 김상조 전 위원장이 지난 2016년 공정위의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 불허 판단을 '아쉬운 사례'로 꼽은 바 있어 해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개각 시기와 맞물려 'CJ헬로 알뜰폰 인수' 결론이 나는데 최소 2~3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데까지 보통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데다가, 장관으로 추대된다 해도 현안 파악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