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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공식 발표한 후 집값을 안정시키고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 의도와는 달리 청약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가점이 올라 당첨이 더 어려워지는데다 공급이 중단돼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을 예상한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 접수한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신청해 평균 청약경쟁률 206.1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0㎡(30가구 모집)에서는 3만3801명이 몰려 무려 112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날 청약을 한 '송도 더샵 프라임뷰' F20-1블록(398가구)과 F25-1블록(133가구)은 각각 115.3대 1, 104.4대 1을 기록해 세 단지 모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206대 1의 경쟁률은 올 들어 분양한 아파트 중 최대 경쟁률이다. 앞서 지난주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평균 204대 1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 단지는 서울에서 3년만에 처음으로 세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송도는 최근 공급과잉과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시장이 침체돼 청약경쟁률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발표하면서 공급 가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새집이라면 무조건 먹힌다는 인식이 청약광풍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송도가 있는 인천시 연수구 일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노선이 지나가는 수혜지역으로 꼽히면서 이 같은 과열 분위기에 더 힘을 실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가 서울과 수도권이면 다 된다는 인식을 더 공고히 해준 것"이라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인천 송도에서까지 이렇게 경쟁률이 높게 나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1순위를 접수한 서울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 역시 70가구 모집에 528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75.4대 1에 달했다. 이는 앞서 2017년 1차 분양 때 기록한 평균 경쟁률 9.8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공식 발표한 이후 오히려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상한제가 공급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새 아파트 희소성을 더 높여줄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이 같은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정부는 청약 수요자들이 상한제 시행 후 시세 대비 저렴해진 청약 물량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값도 덩달아 급등하는 등 상한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인근의 주택가격을 낮추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발표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급등하고 공급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자 오히려 청약 광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