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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아직 상한제가 작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비교적 비싼데도 '공급절벽'을 우려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당첨 가점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반해 규제의 메인 타깃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다르면 포스코건설이 4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3개 단지, 789가구 일반분양에 11만2990명이 신청, 평균 14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송도국제도시 E5블록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접수해 평균 206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80㎡는 33가구 모집에 인천 지역에서 2만4871명이 접수해 1463대 1, 기타 지역에서 8930명이 신청해 21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형인 198㎡도 2가구 모집에 인천에서 322명, 기타 지역에서 73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300대 1을 넘었다.
같은 날 청약한 F20-1블록 '송도 더샵 프라임뷰'는 398가구 모집에 4만5916명이 접수해 평균 115대 1, F25-1블록 '송도 더샵 프라임뷰'는 133가구 분양에 1만3893명이 신청, 104대 1로 각각 마감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공급된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89가구 모집에 1만8134명이 몰리면서 평균 20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는 최근 10년새 두 번째로 높은 평균 경쟁률이다.
이달 들어 분양한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도 1순위 당해 지역에서 총 70가구 모집에 5280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평균 7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의 경우 33가구 모집에 3309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 미분양 가구가 나오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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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앞으로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입지 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수요들이 청약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상한제 발표 이후 수도권 인기 지역은 청약열기가 더 뜨거워졌음을 느낀다"며 "인기 지역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분양가가 높은 곳이나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곳은 청약미달이 발생하는 등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되면 그만큼 신규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새로 입주하는 단지의 몸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상한제 도입이 언급된 이후 한 달여 만에 분양권 가격이 수천만원씩 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에서 입주가 한창인 '신촌숲 아이파크'는 거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용 84㎡ 실거래가격이 8월 13억원 수준이었는데, 13억원대 매물은 모두 자취를 감췄고, 현재는 15억원대 매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고 호가는 17억5000만원, 3.3㎡당 5000만원 수준까지 올라있다.
이달 서울에서 입주하는 성북구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의 경우 지난 7월 초 상한제 이슈가 나온 뒤로 분양권 가격이 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7월13일 전용 59㎡의 분양권 실거래가는 6억8640만원(12층)이었지만, 지난 8월에는 7억3771만원(16층)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5월까지만 하더라도 5억원대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역시 이달 입주하는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역시 전용 84㎡가 지난 7월에는 11억~12억원대에 실거래됐지만, 이달에는 13억 중반대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7월 실거래가는 11억~12억870만원 사이였으며 9억원에도 한 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실거래가는 13억4312만원으로 상한제 이슈 한 달새 수천만원이 뛰었다.
대형건설 A사 분양 담당자는 "앞으로 상한제가 시행되면 새 아파트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그동안 내 집 마련을 미뤄왔던 사람들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 다퉈 청약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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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규제 타깃이 유력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가격 오름세는 한풀 꺾였다.
부동산114 시세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03%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주요 단지 시세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지난달 22일 은마 전용 84㎡(10층)가 19억15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7월 초 같은 평형 매물이 20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 7월 19억3000만~19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매수문의가 끊겨 지난달은 거래 실적이 없다.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 저지를 위한 조합원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둔촌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 17개 정비사업 조합이 지난달 열린 1차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확정했다. 미래도시시민연대 측은 이번 집회에 총 80여곳의 조합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장이 몰려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상한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바람직한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재건축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서초구에서는 현재 재건축 사업 59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14곳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쳤다. 이 14곳은 기존 규정대로라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적용대상이 됐다.
한 조합 관계자는 "최근 정부 분위기를 보면 10월부터 곧바로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비강남권은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분양 시점에 따라 수익성에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사업 추진 일정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꺼내든 부동산 정책의 성과와 개선점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상한제의 집값 안정화 효과보다는 공급 감소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덜 고려한 것 같다"며 "어설프게 정책을 강행할 경우 서민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도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신규 공급의 어려움을, 신규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확실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규제 시기가 길어지면 시장은 또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시장에 맡길 부분과 규제할 부분을 적절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