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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앞두고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희망퇴직으로 노조와 마찰을 일으키며, 올해 교섭 역시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QM6 판매 호조로 내수 시장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가 재발할 경우 되살아난 분위기가 곧바로 꺾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오는 19일 올해 임금협상의 첫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선 인력 재배치와 생산라인 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는 이달 2일 올해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가진 바 있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5일 사내에 생산직 선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르노삼성이 대규모 희망퇴직에 나선 것은 2012년 이후 7년만이다.
르노삼성은 8월 21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수출 물량 감소로 현재 수준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 상황을 전달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결정에 모든 수단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교섭 전부터 희망퇴직으로 노사가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올해 임금협상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노조 이슈에 휩싸일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 시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LPG SUV인 QM6 LPe를 출시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QM6 판매가 꺾일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르노삼성 판매실적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월 총 1만2987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내수에서는 7771대를 팔며,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한 실적을 나타냈다.
뉴 QM6는 전월 대비 5.7% 증가한 4507대가 팔리며, 내수 판매를 주도했다. 특히 국내 유일 LPG SUV인 LPe 모델은 전체 QM6 판매의 61.3%를 차지하며, 뉴 QM6의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LPG모델 출시로 회복세에 접어든 르노삼성이 다시 한번 노조 리스크에 휩싸일 수 있다"며 "인력 감축 등 노조가 민감한 이슈로 갈등하고 있어, 올해 교섭도 쉽지 않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지역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17일 성명을 내고 "르노삼성이 임단협을 타결한 지 석 달 만에 노사 갈등이 재연될 기미를 보인다"며 "파업 등 노사 갈등이 현실화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부산시민도 르노삼성을 외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이어 "르노삼성차는 부산 최대 제조업체로,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현재 노사 갈등으로 지역 경제계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같은 노사대립이 재연돼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노사가 1년여에 걸친 분규 끝에 어렵게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았다"며 "지역경제를 뒤흔드는 르노삼성 노사갈등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르노삼성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1년여 진행하는 등 노사갈등에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동결해야 한단 사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장기간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결국 임금 인상 대신 주간 1교대 전환 등 근무강도 완화에 합의하며, 노사 양측은 지난 6월에서야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