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해 금융회사들의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흡 등 다수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은행들은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면서도 내부 상품 위원회의 심의를 대부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외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신규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내부통제 운영 미비가 지적되면서 경영진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은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실태 점검을 위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대한 현장검사 중간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검사 결과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투자자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독일과 영국, 미국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는 210개가 설정돼 3243명 투자자(법인 222개 포함)에게 7950억원이 판매됐다. 8월 8일~9월 25일 중 투자자 중도환매는 932억원, 만기도래는 295억원으로 잔액이 1227억원 감소해 지난달 25일 현재 잔액은 6723억원이다. 이 기간 중 확정된 손실금액은 669억원으로 손실률은 54.5%다.◆ DLF 가격적정성 검증도 안 해…원금손실 우려도 무시
이 상품은 외국계 IB가 설계하고 이들이 국내지점 등을 통해 증권사에 DLS상품을 소개했고, 증권사가 해당상품의 판매를 은행에 제안해 판매가 이뤄졌다.
독일국채 DLF관련 금융사의 수수료는 총 4.93%이며, 이중 외국계IB가 3.43%, 은행이 1%, 증권회사가 0.39%, 자산운용사가 0.11%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백투백헤지 계약을 체결했고, 수수료수익을 가져갔다.
원 부원장은 “한 증권사는 DLS 발행에서 백투백헤지 계약을 체결해 가격적정성을 별도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DLS 거래계획서에 대한 내부 리스크관리부서로부터 금리하락이 심상치 않아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DLS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도 자산운용사가 제공한 백테스트(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자체검증 없이 그대로 직원연수와 DLF상품판매에 활용했다.
◆내부통제 부실, 손실상황 대응 無
DLF 상품 출시와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 내규에는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시 내부상품(선정)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 결과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하고 일부 심의건은 참석위원 의견을 임의 기재해 승인했다.
실제로 A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 중 설정된 금리연계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B은행은 2016년 5월~2019년 5월 기간 중 설정된 금리연계 DLF상품 753건 중 상품위원회에 부의된 건은 6건에 불과했다.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이 밝혀지면서 이로 인한 경영진 책임도 물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0월 금융사 이사회와 경영진의 내부통제 운영이 미비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검사에서 은행들은 DLF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없이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 부원장은 “A은행은 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에 대해 내부 실무자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추가 검토 또는 보완을 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며 “B은행은 검증이나 자체 리스크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금리가 하락해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신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존 고객에 대해 손실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거나 통보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환매수수료(7%) 등으로 인해 실적이 저조했다는 설명이다.
◆ 불완전판매 의심사례 전체 중 20%…무자격자 판매 의심
DLF 불완전 의심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이 A은행(2006건), B은행(1948건)의 DLF 잔존계좌의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판매 관련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20% 내외로 파악됐다.
구체적 의심사례는 투자자 확인서상 자필로 ‘설명을 듣고 이해했음’을 대필기재하거나 기재를 누락한 것이다. 고객이 내방하지 않았음에도 고객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펀드 개설한 사례도 있다.
또 투자자 성향 파악의무위반도 발견됐다. 투자자가 투자성향 설문항목을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직원이 임의 전산 입력하는 식이다. 투자자 성향 분석시 고객이 체크한 내용과 다르게 입력하고 투자기간 확인을 누락한 것도 확인됐다.
같은 영업점에 근무하는 무자격 직원이 유자격 직원을 대신해 판매한 무자격자 판매 의심 사례도 적발됐다.
이밖에도 고령투자자 상품가입 조력자 필요여부 등을 확인토록 돼있는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투자자가 상품가입시 관리책임자의 사전 확인을 누락하거나 고령투자자보호확인서상 투자자 서명이 누락됐다.
금감원은 앞으로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합동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 법리검토를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