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中 수요에 '흔들'화웨이 의존 높은 SK하이닉스 직격탄디스플레이, 'LCD 전쟁' 속 中 등살에 생산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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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업계가 올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미중(美中) 무역 분쟁으로 시작된 중국발 변수가 실적을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전반적으로 수요와 가격이 동반 하락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특히 중국 비중이 높았던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디스플레이업계에도 중국은 여전히 변수로 남았다. 액정표시장치(LCD) 치킨게임에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LCD 생산을 줄이고 OLED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미 과거의 우수한 성적표는 잃은지 오래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자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중국발 변수에 실적 우려감이 커졌다. 지난 상반기에만 해도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직접적으로 실적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였지만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는 3분기와 오는 4분기에는 중국이 실적에 최대 변수로 작용한 곳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반도체업계가 올 초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으로 큰 리스크를 떠안았다. 이에 앞서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글로벌 고객들이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수요 감소까지 더해져 업황 악화가 예상된 바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특히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IT업체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심각해지면서 불똥은 IT 핵심인 반도체로까지 튀었다.

    그나마 상반기까지는 앞서 예견된 업황 악화가 실적 감소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사들의 본격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실적 감소가 눈에 띌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반기에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8조 원 가량 줄어들어 5조 원 선을 가까스로 지킨 가운데 통상 반도체업계 '상저하고(上低下高)' 실적 패턴을 뒤집고 하반기에는 더 큰 폭의 실적 감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당장 발표를 앞둔 3분기 영업이익도 4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지난해 3분기 대비 90% 가까이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보게 되는 셈이다. 상반기 대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실적은 화웨이와 같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 감소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을 공급해 전체 매출의 10%대를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주가가 4% 넘게 하락했는데 이는 3분기 중국 GDP가 예상치를 하회했고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나 채널의 재고수준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업계는 이미 중국 리스크를 온 몸으로 받아온지 오래다. 중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BOE, 차이나스타(China Star), HKC 등이 LCD 패널 생산을 크게 늘렸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들과의 치킨게임에 한창이다. 현재는 LCD 수요보다 공급이 5% 가량 많은 공급 과잉 상태고 이 같은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글로벌 전체 LCD 생산능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최근 7~8년 여간 꾸준히 능력치를 키워오고 있다. 반대로 한국 LCD업체들은 7,8년 전만 해도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다 이후 꾸준히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중국산 LCD 생산량이 국내 LCD 생산량을 넘어서는 구간에 접어들었고 올해부턴 생산량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년 여의 LCD 치킨게임으로 삼성은 최근 대형 패널에서 'QD 디스플레이' 전환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의 LCD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5년 간 13조 1000억 원을 들여 QD-OLED 설비를 마련하고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완전한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OLED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LCD 패널로 중국에 대응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도 LCD 생산 축소를 앞서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업체들이 막대한 공급을 쏟아내는 와중에 신규 8세대, 10세대 LCD 라인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어 앞으로도 LCD 공급 과잉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자금 소요가 큰 OLED 생산라인 전환과 중국 광저우에 신규 OLED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한 해에만 1조 원 이상의 적자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5000억 원의 적자를 본 상태에서 3분기에도 40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4분기에도 LCD 감산과 인원 감축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는 1000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본다. 앞서 몇 년이나 중국발 LCD 가격전쟁을 온 몸으로 받아온 LG디스플레이에게 올해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는 기록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을 치룬 한 해로 남게 됐다.

    그래도 내년부터는 실적 반등에 대한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도 QD 디스플레이로 방향점을 정한 이상 성과를 내기 위해 가속을 낼 것인 동시에 광저우 공장 가동으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이 서서히 빛을 보며 분위기 반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10.5세대 OLED 패널이 공급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2022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