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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내년 정계 진출 가능성도 말실수로 사실상 무산되고, 협회장 자리를 지키는 문제도 업계 내 찬반 논란이 극명히 엇갈려 권 회장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갑질·폭언으로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에 대한 거취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일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권 회상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는 특히 지난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권 회장을 압박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는 금융투자협회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권 회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회원사들의 의견을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권 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해외 출장 귀국 직후 열린 21일 증권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증권사 대표들은 일제히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자산운용사 등 총 430개 회원사들로부터 선출된 자리다.
특히 증권사들의 투표권과 절대적인 협회비 비중을 감안하면 이번 증권사 사장단의 사퇴 만류는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이 되는 한편 권 회장이 퇴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생겼다.
권 회장 역시 거취 문제에 대해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전제했다.
결국 권 회장은 업계로 부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와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를 동시에 받는 상황을 맞았다.
퇴진에 대한 찬반 주장과 의견 모두 타당한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 회장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 역시 협회의 논란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등 법률 위반에 대한 사안이 아니고, 협회에 대한 개입 근거 역시 없어 권 회장 거취에 언급을 하기 힘들다.
증권업계 역시 권 회장의 이번 과오와 임기 중 업적을 비교했을 때 확실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권 회장은 20년간의 공직생활 이후 다우기술과 키움증권을 거치며 민관에 모두 능통하고, 협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자본시장 혁신에 앞장서왔다는 평가다.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 금융투자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증권거래세 인하를 성사시켰고, 펀드와 퇴직연금제도를 개편했다.
또 파생상품 발전방안을 냈고, 차이니즈월 등 시장의 규제를 완화한 공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현실을 줄곧 외면해온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긴밀히 공조해 시장에 필요한 제도와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을 증권업계가 인정해왔다.
정무감각과 자본시장 모두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권 회장의 내년 정계진출설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운전기사, 임직원, 언론 등을 상대로 한 폭언이 공개되면서 내년 총선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협회장 거취 역시 불투명한 상황을 맞게 됐다.
증권업계 역시 권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시급한 현안이 쌓여있고, 이를 풀어나갈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면서도 "도덕적으로 큰 결격사유을 안게 됐고 금투협의 신뢰성도 크게 추락했다는 점에서는 자리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갑질과 폭언 논란에 대해 사과문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야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 3일까지로 만약 권 회장이 사퇴한다면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 3개 협회가 2009년 통합하면서 금융투자협회로 출범한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첫번째 회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