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인가 4개월 째 보류중견업체 '시큰둥', 협회 소속 60%가 소규모"양사 싸움 휘말리기 싫다"
  • 업계 현안 논의를 위해 출범한 상조협회 두 곳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1·2위 업체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가 찢어져 협회를 만든 탓에, 단체가 양 사의 세력다툼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양 단체는 지난 7월 4일 같은 날 창립총회를 각각 개최했다. 한국상조협회는 1위 업체 프리드라이프가 회장사를 맡았다. 대한상조협회는 중견업체 한강라이프가 회장사를 맡았지만, 업계 2위 보람그룹 계열사가 모두 속해있어 사실상 주축이다.

    출범 당시 업계에선 1·2위 업체가 협회 활동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리드와 보람은 업계 1위 타이틀을 두고 수년간 소송을 벌이는 등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의 협회 승인도 4개월째 보류상태다. 공정위는 현 상황에선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통합협회로 정리하는 방향을 권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곳의 상조 사업자 단체 정식 승인과 관련해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두 협회의 설립 목적은 소비자 보호가 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양 협회는 미인가 상황에도 조금씩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대한상조협회는 지난 23일 임시총회를 열어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을 고문으로 선임했다. 프리드가 속한 한국상조협회도 최근 총회를 열고 운영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 23일 열린 대한상조협회 임시총회 사진 ⓒ 보람상조
    ▲ 23일 열린 대한상조협회 임시총회 사진 ⓒ 보람상조

    협회의 또 다른 축이 되어야 할 중견 업체는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자칫 협회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까 우려하는 입장에서다. 현재 프리드와 보람 관계사를 제외한 두 협회 가입 업체(총 35곳)의 60%가량은 업계 30위권 밖 소규모 업체다.

    중견 상조업체 관계자는 “양 협회 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두 단체의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아,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잘 모르겠다”면서 “1·2위를 주축으로 소규모 업체를 활용한 편 가르기에 불과해 보여 협회 가입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부실 업체 퇴출 등 업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선두업체 두 곳이 이권 다툼만을 이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공정위 인가조차 미뤄지는 상황에서 한 곳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 될까 가입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아직도 일부 업체에선 선수금 의무 예치율(고객으로부터 받은 금액의 50%를 은행 등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하는 규정)도 지키지 않는다”면서 “각 업체의 준법경영 여부도 살피지 않은 채 회원사 모집에만 열을 올린다면 협회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