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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갯속이었던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전 윤곽이 나오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인물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수장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에 이어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들 모두 자본시장업계를 이끌었던 장본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을 거치며 민·관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증권감독국장을 역임하는 동안 증권업의 기틀을 세우고, 업계에 넘어와서도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 운용사까지 거쳤다는 점에서 회원사들의 표심을 사기에 손색이 없다.
나 사장은 지난 2012년 4월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두 번 연임에 성공해 8년 동안 CEO 자리를 지켰다.
지난 1985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35년간을 증권업계, 특히 대신증권에만 몸담았다.
대신증권에서 증권업의 거의 모든 업무 영역에 발을 들였고 금융투자협회 임원을 지낸 경력도 눈에 띈다.
금투협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던 지난주 까지만 하더라도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하마평에 오르거나 출마 기대를 업고 있던 인물들이 잇따라 출마에 난색을 표하며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증권업계의 투톱으로 꼽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최현만 수석부회장이자 현 금투협회장 직무대행, 유상호 부회장이 모두 회사의 발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직간접 불출마 의사를 밝혀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직 CEO 또는 과거 회장 선거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들이 거론됐다.
그러나 정 부회장에 이어 나 사장까지 현직에 몸담고 있는 인물이 가세하면서 어수선한 협회 분위기를 다시 일으키고, 업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리더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모습이다.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직 후보들의 최종 윤곽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과 나 사장의 양자 구도로 전개될 경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역대 금융투자협회장은 모두 증권사 대표 출신이 맡았다는 점은 나 사장이 유리한 부분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과 자산운용 양 협회가 통합된 조직이지만 영향력과 자금력에서 증권업의 힘이 절대적이다.
회비분담금에 따른 비례의결권 역시 증권업계가 높아 표대결에서 현직 증권사 출신 나 사장이 유리하다.
반면 정 부회장도 민·관은 물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표가 나 사장에게만 쏠릴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다.
특히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관심이 증권업 보다는 자산운용업에 쏠려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인 이점은 현직 자산운용사에 몸담고 있는 정 부회장이 안고 있다.
라임운용과 DLF 사태는 물론 당국의 강력한 사모펀드 규제로 자산운용업계가 힘을 합쳐야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 부회장으로 여론이 쏠릴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나 사장은 대신증권에서 임기 만료(2020년 3월)를 앞두고 선거에 출마하는 반면 정 부회장은 임기(2021년 3월)를 1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현직을 포기하고 선거에 나온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나 사장의 경우 8년간 대신증권 CEO 자리를 지켰지만 연말 교체가 유력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KTB금융그룹6이 그룹 내 KTB자산운용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선임했다.
업계는 결국 이번 금투협회장 선거전은 잇따른 악재가 발생한 업계 전반을 빠른 속도로 추스릴 수 있고,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인물이 표심을 잡을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