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10월 드릴십 가동률 61.7%내년 발주 규모 기대… 경쟁도 완화삼성重-봉가 사우스웨스트, 대우조선-미국 앵커 수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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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의 '아픈 손가락'인 해양플랜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내년에 글로벌 해양 생산설비 발주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조선 3사의 해양부문 일감 가뭄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드릴십 활동이 늘어나면서 해양 생산설비 프로젝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드릴십 가동률이 61.7%까지 올라왔다고 집계했다. 앞서 9월 말 60% 이하로 떨어진 이후 다시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0% 증가한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0기의 드릴십이 있는데, 이 가운데 74기가 10월 기준으로 시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브라질과 서아프리카, 미국, 멕시코만 등에서 시추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양 부문은 올해 조선업계가 겪은 가장 뼈아픈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드릴십 가동률이 반등하면서 업황이 살아나는듯 했으나,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지난 7월부터 드릴십 가동률이 하락, 계약 파기가 이어졌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해당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그리스 오션리그로부터 2013년 8월과 2014년 4월 각각 수주한 선박들이다. 지난해 오션리그를 인수한 스위스 선사 트랜스오션이 계약 해지 의향서를 삼성중공업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 10월 초 노르웨이 해양시추사인 노던드릴링의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멕시코 원유 개발사업에 쓰일 원유 생산설비를 따냈지만, 해양 부문 물량감소로 비용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금액이 크고 시간이 걸리는 초대형 규모가 대부분이다. 선주가 인도를 지연시키거나 취소하면 조선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이에 대한 확신이 없을 시 발주가 나오는 것도 힘들다.
한때 조선업계 캐시카우였던 해양플랜트는 이제는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다. 국내 조선 3사는 2000년대 후반 고유가 덕분에 잇따라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지만, 지난 2014년 유가가 30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발주가 끊겼고, 조선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드릴십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규모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이며, 경쟁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내년에 발주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해양 프로젝트는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FPSO, 미국의 앵커 프로젝트, 베트남 블록B 해양가스생산설비 등이다.
올해 드릴십 계약 취소로 쓴맛을 본 삼성중공업도 내년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내년 상반기 발주가 기대되는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수주에 거의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 델핀 FLNG 등의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생산 목표인 미국 멕시코만의 앵커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원유시추선(FPU)의 선체(Hull, 선박의 하부구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발주규모는 4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수주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현대중공업도 8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의 블록B 프로젝트에 필요한 고정식 플랫폼 수주를 노리고 있지만, 발주처가 최종 투자결정(FID)을 연기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해양플랜트 입찰건은 내년 2분기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의 피로감과 2022년 이후의 수급 상황을 고려해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올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해양프로젝트도 지난해보다는 늘어날 예정이고, 지난 몇 년간 물량을 가로채갔던 경쟁업체들이 해당 일감을 건조하는 데 힘겨워하는 모습이 나타나 경쟁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