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견차 여전… 당사자간 조율도 어려워택배·퀵 노동계 "빠른 통과"택배 대리점·용달·화물업계 "역차별 초래"
  • ▲ 택배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정상윤 기자
    ▲ 택배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정상윤 기자

    택배·퀵 서비스를 다룬 ‘생활물류법’ 관련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 시각차에 더해 이번엔 택배·용달 등 업계 구성원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이 가운데 오는 10일 20대 정기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활물류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은 지난 8월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주된 내용은 택배·퀵 종사자 권익 보호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택배연대와 퀵 서비스 협회 등 노동계는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시장 구성원인 택배 대리점·용달·일반화물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새 법이 일부 노동단체의 주장만 반영했다며, 구성원 간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차는 지난 6일 진행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공청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택배 대리점의 경우 새 법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본사의 기사 직고용을 권유하는 조항 등이 현 시장 구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택배 시장은 ‘본사-대리점-기사’ 당사자 간 계약을 바탕으로 한다. 본사는 대리점과, 대리점은 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그러나 생물법에는 ‘본사의 기사 직고용 시 증차심사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대리점은 해당 조항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종철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장은 “발의법은 화물차 증차심의 면제 등을 통해 영업점 계약 해지와 본사 직계약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영업점 또한 업계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벗어나는 규정안을 내놔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 노동단체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택배노조도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 서비스연맹 택배연대와 공공운수 택배노조는 그간 각종 이슈에 함께했지만, 이번엔 입장이 다르다.

    공공운수 노조의 경우 화물 종사자 단체인 화물연대와 소속이 같아, 종사자간 의견 조율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6일 공청회 당일 ‘생활물류법 졸속추진 규탄’을 주제로 국회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 6일 공청회 당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택배노조 국회 앞 기자회견 모습 ⓒ 연합뉴스
    ▲ 6일 공청회 당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택배노조 국회 앞 기자회견 모습 ⓒ 연합뉴스

    용달·일반화물 업계도 같은 입장이다. 발의법 내 각종 조항이 용달·일반화물 업계에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새 법에서 정하는 ‘생활물류’와 기존 화물운송법에서 정하는 ‘일반물류’의 구분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정희윤 화물운송연합회 상무는 “기존 화물차 증차는 막은 상태에서 시장 육성 명목으로 택배·이륜차 시장에만 혜택을 준다면 심각한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라며 “화물·용달·택배·퀵은 운송수단만 다를 뿐 업태가 같아 ‘생활물류법’이라고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기준도 명확지 않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발의법과 관련한 진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구성원 간 입장 조율을 비롯 기존 화운법과의 상충 조항 수정 등 뒤따를 작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체국·유통사 자체 배송 등의 유사 서비스도 생물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종사자 권익 보호라는 법 취지엔 공감하지만, 당초 구성원 간 의견교환이 충분치 않아 논란은 이미 예정돼있었다”면서 “20대 국회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이라 발의법과 관련한 발전적인 논의가 계속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