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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은행권에 대규모 감원 한파가 불어 닥친 가운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희망퇴직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은 유명무실한 희망퇴직 규정이 걸림돌이라 인력적체가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의 희망퇴직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2000명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은행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총 2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해 총 610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18일, 1964년~1965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신한은행은 내년 초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KEB하나은행은 1964년~1965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받았고, 이와 별개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진행 중이다.
오는 24일 노조선거를 앞둔 국민은행은 조만간 희망퇴직 규모와 조건을 결정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정기 대규모 인원 감축은 비대면거래 등 디지털 금융이 뿌리내리면서 점포와 인력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은행들이 행원보다 책임자급 이상의 인력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인 점도 인력 감축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비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2015년 이후 희망퇴직이 사실상 없다.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는 대상자가 갈수록 급증하면서 희망퇴직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시중은행과 다른 희망퇴직 잣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시중은행의 특별퇴직금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최대 3년치 월급을 준다. 반면 국책은행은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기획재정부의 인건비 상한 규정에 발이 묶여 신청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이 18.2%,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12.3%, 7%에 달할 전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주재로 지난달 국책은행 대표와 노조위원장,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참여하는 노사정 간담회가 처음 열렸다. 최근까지 실무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국책은행 명예퇴직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재원마련과 여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책은행 노사는 기재부에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심 업무에서 제외된 고임금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을 줄여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재부는 금융 공공기관에만 명퇴금을 인상하는 게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피제 대상자는 현업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남은 직원들의 업무과중과 인력적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융통성 발휘로 인적구조 선순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