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가족분쟁이라니경영복귀 무산에 불안감… 2건의 재판 진행형"유훈은 신뢰회복"… 이명희·조현민 움직임 주목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뉴데일리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뉴데일리

    올 한해 한진그룹은 KCGI의 경영권 위협과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땅콩회항으로 비롯된 싸늘한 여론도 좀체 호전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여행객이 줄고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항공화물 마저 감소세를 보이며 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유례없는 경영환경 악화속에 수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은 임원 수를 줄이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재편 등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내부 가족리스크가 불거졌다. 한진家 장녀이자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에게 반기를 들며 공동경영을 요구한 것이다.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향후 법적분쟁도 암시하는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면서 그룹 전반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 조현아, 반기 들며 선전포고한 이유는?

    우선 이번 조현아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지난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냈다.

    자료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해서도 어떠한 합의도 없었지만, 대외적으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공표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원태 회장이 총수에 지정되면서 대외적으로 1인자가 된 것에 대한 찝찝함과 이번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경영복귀가 무산되고, 조 회장 측근들로 승진이 이뤄진 것에 대한 서운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막내동생인 조현민도 지난 6월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한 것과 달리 본인은 이번 인사에서 배제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구조를 보면 총수일가의 공동경영은 불가피하다.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5.27%로 큰 차이가 없다. 
     
    한진家 장녀로서 본인의 위상과 역할이 줄어들고, 동생인 조 회장 원톱 체제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결국 가족간 분쟁까지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KCGI가 15.98%에서 17.29%로 지분을 늘리며 다시 공세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도 이목을 끈다. KCGI는 단일주주로는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조현아 사태가 터진 당일에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도 적절치 못한 행보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의 반기가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 경영환경이 너무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여행객이 급감하며 항공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이 지난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고, 대한항공 역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0% 급감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수요는 줄고 공급이 과잉되면서 경쟁이 심화돼 항공업계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인수되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돈 안되는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며 수익성 위주의 경영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수를 20% 감축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즉, 시기적으로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들끼리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공식적인 반발은 전혀 득이 될게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밀수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기업 회장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회적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밀수품들은 고가의 사치품이라기보다는 생활용품이 대부분인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에서 조 전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재판이 최종 종결되기 전까지는 행보에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법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족간의 대화를 통한 합의 도출 과정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입장을 밝히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좀 과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암묵적 경고를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남매의 난'이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이를테면 KCGI를 비롯해 델타항공 10.0%, 대호개발(반도건설 계열사) 6.28%, 국민연금 4.11% 등과 세를 규합해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표대결 양상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점에서 가족간의 분쟁은 한진그룹을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도와 회사를 정상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밀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까지 선고 받은 것을 감안하며 말 그대로 좀 더 자숙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